“인간극장 애경씨, 추억 품은 제주 여행”…왕빠의 뜨거운 눈물→서러운 시간 넘어선 기적의 하루
밝은 미소와 함께 시작된 제주도의 푸른 아침, ‘인간극장’ 속 애경씨 4남매의 여정이 오랜 고단함과 환한 봄날의 기억을 열어 보였다. 든든함과 따스함이 오롯이 묻어나는 삼 남매의 이름, 그리고 ‘왕빠’라 불리며 늘 뒤를 지켜온 애경씨의 뒷모습. 경기도 일산에서 수많은 세월을 버텨 온 가족사는, 단단한 텃밭의 흙내음만큼이나 질긴 애끓음을 품었다.
애경씨와 미경씨, 은경씨, 그리고 대권씨는 시간이 한 뼘씩 켜켜이 쌓인 유년의 그림자를 뛰어넘는다. 엄마의 빈자리, 경제적 고난, 아버지의 폭음이 힘겹게 남은 고향 집은 다섯 식구의 상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뿌리 내린 인생에서 귤 향 가득하던 마당, 불길에 그을린 창고, 밤새 들끓던 눈물의 새벽까지 그리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여전히 바쁜 세무사 사무실을 이끌며, 애경씨는 십수 년 전의 다짐처럼 남매를 돌본다. 둘째 미경씨가 내린 오줌 액비, 셋째 은경씨가 심은 모종, 막내 대권씨가 다독이는 복숭아 꽃가지들. 그 손길마다 무심한 듯 아스라한 사랑이 숨어 있다. 결핍으로 얼룩진 성장기는 서로의 마음에 깊이 남았고, “과수원 집이 부러웠다”는 말 한마디에 스며드는 회한과 설움이 세월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아홉 살 소녀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이별, 힘겹게 시작된 농사와 학업, 그리고 남매를 품고 떠난 시간은 모두에게 약속과 상처로 새겨졌다. 애경씨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플 때마다 청춘의 한 귀퉁이를 붙들고, 맏이로서의 져야 할 무게를 감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십오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어머니의 등은 누구보다 조용한 위로를 건넸다.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찾은 제주. 익숙한 흙길을 따라 가족사진을 남기는 시간, 처음 가 본 찜질방에서 촌스러운 양머리와 얼음 식혜를 나누던 그 밤은 결핍이 따뜻한 온기로 밀려온 순간이었다. “이제 이기적으로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동생들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애써 삼킨 사랑과 미안함이 겹겹이 얹혔다.
오랜 불화와 침묵, 미처 치유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도 가족이란 이유로 다시 꿈틀거린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제주도의 푸르름과 닮은 가족의 표정에는 불안과 결핍 대신, 새로이 피어나는 다정함과 용기가 또렷이 남았다.
애경씨네 가족은 이 여행을 통해 어제의 슬픔 위에 오늘의 웃음을 심고,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채로도 인생을 다시 배우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진한 울림을 더했다. ‘인간극장-우리 집 왕빠’는 6월 13일 아침 7시 50분에 방영되며, 가족이란 이름으로 견뎌온 시간의 의미와 다정함, 그리고 치유의 순간을 잊지 못할 여운으로 남길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