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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도시를 수놓다”…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에서 만나는 빛과 시간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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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도시를 수놓다”…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에서 만나는 빛과 시간의 축제

오예린 기자
입력

도시의 밤이 달라졌다. 예전엔 집으로 향하던 시간, 이제는 빛과 이야기가 머무는 밤거리를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일대에선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축제가 열린다. 드론쇼의 화려한 연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조명, 그리고 백년 시간을 담은 늘 푸른 거리.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이 바로 그 무대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9월 2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은 ‘한국 최초의 국제도시’라는 개항장 정체성을 품고, 시간을 따라 걸을 수 있는 8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예전에 역사가 머물렀던 그 건물들 위로 첨단 드론이 밤하늘을 유영하고, 미디어아트가 거리의 풍경을 시적으로 채색한다. 야간 경관 조명과 빛 조형물이 켜지는 순간, 야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천만의 감각이 된다.

드론쇼부터 야시장 먹거리까지…‘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 인천 중구에서 열린다
드론쇼부터 야시장 먹거리까지…‘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 인천 중구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체험의 다채로움으로도 확인된다. ‘야화’에선 국가유산의 야간 개방, 도슨트 해설과 무형유산 체험, 동네를 도는 문화마실이 펼쳐진다. ‘야로’ 프로그램에서는 프린지 공연과 스탬프 투어, 어린이 구락부와 친환경 실천 프로그램이 아이와 어른 모두를 도시 모험으로 이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시장’ 먹거리존이 시선을 붙든다. 지역 음식들을 다회용기에 담아낸 친환경 야외 만찬에선, 음식이 곧 이야기가 되고, 골목에 깃든 인천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밥상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야행 문화의 본질을 “과거와 시간을 산책하는 도시의 새로운 휴식”이라 부른다. 친구와 가족, 연인, 홀로 거닐어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시의 밤. 한 행사 참가자는 “익숙한 골목인데, 이렇게 색다른 밤은 처음이다. 빛과 음악, 사람들의 표정까지 다 새롭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어느새 밤 산책이 인천의 문화가 됐다”, “야시장 먹거리 덕분에 이틀 내내 걷고 싶다”, “드론쇼 보러 가족들이 함께 나갈 계획이다” 등 비슷한 감상이 이어진다.

 

국가유산을 배경으로 한 빛의 축제와 더불어, 동시에 스며드는 음식의 맛, 누군가의 기억이 엮인 이야기.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은 단지 한 번의 축제가 아니라, 밤의 도시가 스스로를 환하게 밝혀가는 새로운 방식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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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개항장국가유산야행#드론쇼#야시장먹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