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산물·투자·방위비 요구 삼중 압박”…정부 내 갈등, 대통령실 결단 촉구
관세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협상이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소고기 등 농산물·디지털 시장 개방에서 방위비 분담까지 미국 측의 요구안이 한꺼번에 제기됐다. 대외 압박에 직면한 한국 정부 내에서는 각 사안별로 이해 상충이 노골화되며 대통령실 차원의 중재가 절실하다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다.
16일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8월 1일 25% 상호관세 부과 예고 시한을 앞두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실질 협상은 통상을 넘어 국방비, 에너지 투자, 민감 농산물 등 이른바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확장된 형국이다. 미국은 한국 시장 내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이상 수입 확대, 쌀 쿼터 및 과일 검역 완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도입 허용 등을 포함한 농축산물 양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측은 한국의 자동차 수출 구조, 대미 투자 확대, 에너지(알래스카 LNG)까지 의제로 올리며, “농산물·디지털·자동차가 핵심 요구”라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은 최근 한미 고위급 회담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도 강력히 요청했다.
안보 협상도 부담을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연간 100억달러까지 늘리자고 하는 등 방위비 분담과 국방비 지출 상향,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명시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와 안보, 통상이 얽혀 있으나 정부 내 각 부처 이해는 첨예하게 갈리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외 무역 의존적 구조를 감안해 미국과의 원만한 합의를 중시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 희생을 우려하며 강경히 맞서고 있다. “정부 간 협의는 진행돼 왔으나 모두 민감한 의제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 농민단체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농업·농촌·농민이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통령실 등 최고위 의사결정 라인이 직접 나서 조정과 설득에 나설 때라고 경고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가장 상위 결정권자가 무엇을 양보할지, 무엇을 반드시 지킬지 합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주도의 빠른 정리와 사회적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국 간 8월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어떤 선택과 결단을 내릴지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농민단체 등 사회 전반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