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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조우, 중동 위기에 첫발부터 흔들리다”...이재명·트럼프 회담 무산→외교 지형 새 국면
정치

“한미 정상 조우, 중동 위기에 첫발부터 흔들리다”...이재명·트럼프 회담 무산→외교 지형 새 국면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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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초대받은 국가 정상으로 첫 공식 외교 무대에 발을 내디뎠으나, 한미 정상회담의 문턱에서 예기치 못한 벽을 만났다. G7 일정 이틀 차에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급거 귀국으로 전격 취소되며, 한미 정상 외교의 시작이 중동발 파고에 일순간 흔들리고 말았다.

 

순조롭게 캘거리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회동, 이어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의 만남 등 일정을 차분히 밟으며 바쁜 외교 무대의 진중한 첫 장을 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G7 일정 돌연 종료와 본국 긴급 귀환 소식이 전파됐다. 이미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다른 G7 회원국들과 각각의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긴장 고조로 미국 내 국가안보회의 소집이 시급해졌다는 판단 아래 귀국을 결정했다.

한미 정상 조우, 중동 위기에 첫발부터 흔들리다
한미 정상 조우, 중동 위기에 첫발부터 흔들리다

대통령실에도 당혹감이 번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에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내일로 예정돼 있었고, 시간도 확정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귀국 관련 속보가 방금 전 전달됐고, 저희도 부랴부랴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현장의 긴장을 드러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통상협상,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국과 미국의 가장 시급한 현안 타결의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과 12일 만에 순방 길에 오른 결정적 이유 역시 초단기 일정 속에서 통상·안보 현안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데 있었음이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출국 브리핑에서 “G7은 관세, 경제, 통상 등 당면한 외교 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동력 확보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됐던 성과의 첫 관문이 닫힌 채, 첫발만 내딛은 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 공식 만남은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게 됐다. 만약 이번 대면 재개 시기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앞당겨지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초청 받아 방미한 자리에서야 한미 정상의 손이 맞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미 통상협상 시한인 7월 8일 이전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한일 정상회담은 17일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선 원칙적 태도를, 경제안보 분야에선 실용적 접근을 유지하는 ‘투트랙’ 기조를 내비쳐 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한일 정상 대화가 실제로 열릴 경우 외교 무대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영광스러운 외교 데뷔전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기치 못한 글로벌 변수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력과 균형 감각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향후 한미 정상회담 재추진과 함께, 남은 현안 해결의 실마리 마련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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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트럼프#g7정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