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와 소나무 숲”…안면도에서 즐기는 여름의 멋과 쉼
여름이 오면 사람들은 탁 트인 바다와 깊은 숲을 찾고 싶어진다. 옛날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던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가까운 우리 땅 안면도에서 휴가의 낭만을 만끽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요즘 안면도의 여름 명소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꽃지해수욕장에는 시원한 파도와 해변의 정취를 느끼려는 나들이객들이 이어진다. 해질녘 붉게 물드는 할미·할아비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는 가족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SNS에는 “안면도 일몰이 이렇게 예쁜 줄 이제야 알았다”, “선선한 저녁 바람 덕에 도시의 답답함을 잊고 왔다”는 감상에 이른 글들이 올라온다.

이런 변화는 휴가철 나들이 패턴에서도 확인된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올해 휴가철 안면도 대표 숙박지의 예약률은 예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을 오롯이 체험하고 싶을 땐 안면도자연휴양림이 그만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무더위도 순식간에 잊히는 듯하다. 산책로를 거닌 후, 그늘진 숲속 숙소에서의 하룻밤은 도시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준다.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고남패총박물관에서는 신석기 빗살무늬토기와 다양한 토기가 전시돼 있어,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작은 ‘시간여행’이 된다. 바람아래관광농원 미로 공원에서는 가족 단위로 다양한 농촌 체험도 인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족, 친구와 함께 자연에서 치유와 힐링을 누리는 ‘로컬 여행’ 흐름이 일상이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답답함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자연 경관과 전시 경험을 모두 아우르는 여행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트렌드 분석가 김지연 씨는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역사 체험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쉬었다”, “해질 무렵 안면암 절 앞 바닷바람이 너무 좋았다” 등 일상적 경험담이 인기 여행 게시판을 채운다. 자연스럽게 ‘여름 피서’의 기준도 바뀌는 분위기다.
여행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사람들은 훨씬 소박하고 따뜻한 느림을 찾아간다. 안면도의 여름은 단출하지만, 그 속에서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작은 바닷마을과 깊은 소나무숲, 역사문화체험까지 품은 안면도의 ‘여름 한 조각’은 올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