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사 첫 출석”…조태열, 이종섭 도피 의혹 등 특검 수사 집중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을 둘러싸고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24일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처음 출석하며, 관련 의혹 수사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조태열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출두했다. 조 전 장관은 호주대사 임명 및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 과정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조사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조 전 장관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태열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작년 1월부터 외교부를 이끌었다. 그는 이종섭 전 장관이 2023년 3월에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돼 출국하고, 귀국 후 사임하는 일련의 과정에 관여한 책임자로 지목받는다. 특히,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 및 직권남용)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은 이날 조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적격성 심사를 어떤 경위로 보고 받고, 결재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미 공관장자격심사위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정황을 포착한 만큼, 조 전 장관의 직접적인 지시나 개입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었던 2023년, 외교부의 자격 심사를 통과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제대로 확보됐는지 의심, 지난달 조 전 장관은 물론 외교부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VIP 격노’ 논란에 휩싸인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도 이날 오후 4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임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 사건 후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특검은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VIP 격노’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 논의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추가 진술 확보에 주력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역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으로 이날 7차 피의자 조사를 위해 특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 보고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직권남용과 모해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특검 사무실은 조 전 장관과 임 전 비서관, 김 전 사령관 등 핵심 인사들이 대거 소환되며 수사의 분수령을 맞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관련 의혹을 두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조 전 장관 등 윤석열 정부 고위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밝혀질 경우 파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추가 소환과 증거 확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국회 역시 채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과 도피성 인사 임명 논란을 중심으로 내달 관련 청문회와 법적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