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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연장, 저소득층 소득 212만원 증발”…미 의회예산국, 재정적자 2조4천억 달러 급증→워싱턴 D.C. 정치권 파장
국제

“트럼프 감세 연장, 저소득층 소득 212만원 증발”…미 의회예산국, 재정적자 2조4천억 달러 급증→워싱턴 D.C. 정치권 파장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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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의 안개 낀 아침, 미 연방의사당의 회색 기둥들은 논쟁의 진원지임을 새삼 웅변하듯 장엄하게 서 있다. 그곳에서,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보고서 한 장이 파장을 몰고왔다. 연방의 천칭이 다시 한 번 소득과 복지를 저울질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CBO는 12일, 2017년 도입된 트럼프 감세 법안을 연장할 경우 하위 10% 미국 가구의 연간 소득이 평균 1,559달러, 즉 약 212만 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약 3.3%의 감익이 현실이 될 것임을 알린 보고서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와 푸드스탬프 등 복지 예산의 대폭 삭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번 법안에는 세출 축소와 함께 새로운 세입 창출 방안이 동시에 담겨, 한 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첨예한 논쟁의 현장이 펼쳐졌다.

미 의회예산국 “트럼프 감세 법안 연장, 하위 10% 연 212만원 손실…재정적자 2조4천억 달러 증가 전망”
미 의회예산국 “트럼프 감세 법안 연장, 하위 10% 연 212만원 손실…재정적자 2조4천억 달러 증가 전망”

반면, 조용한 승리의 미소는 상위 10% 가구를 향한다. 감세의 훈풍 아래 이들은 연평균 1만2,000달러, 약 1,630만 원의 추가 소득을 얻게 되며, 소득은 2.3% 늘어날 운명에 놓여 있다. 중간 계층도 그 영향권 안에 있다. 5분위와 6분위 가구들은 각각 500달러, 1,000달러의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 계층별 격차는 역사 속에서 다시 한 번 날카롭게 드러난다.

 

CBO의 분석은 연방 세금, 현금 및 현물 정기 지원, 주정부의 재정 정책, 그리고 다양한 공공 지출·수입을 모두 반영하는 정밀한 계산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 법안에는 기존 감세 조항의 연장뿐 아니라, 아동 건강보험프로그램(CHIP),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등 복지 예산의 삭감, 그리고 푸드스탬프의 지원 대상 자체 축소안까지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10년간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2조4,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장에선 이미 긴장감이 감돈다. 상원에 계류 중인 법안 수정안과 관련해, 보수적 공화당 의원들조차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폭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법안이 집행된다면 푸드스탬프 지원 인원은 320만 명, 메디케이드 수혜자는 780만 명 줄어들 것이라고 CBO는 집계했다.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 관세 인상책까지 맞물려 저소득층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낭비로 가득한 지출”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복지와 재정, 그리고 성장의 이름으로 맞서는 새로운 갈등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이번 법안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로 퍼지는 영향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복지 축소와 재정 적자 확대는 미 달러의 신뢰도, 글로벌 채권시장, 그리고 국제적 사회안전망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적 균열을 드러내는 감세 연장의 현장은, 미국 사회의 방향타가 어느 쪽을 향할지 깊은 관망과 숙고를 요구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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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트럼프#의회예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