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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따라 걷는 여름”…자연, 역사, 휴식이 만난 충남 여행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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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따라 걷는 여름”…자연, 역사, 휴식이 만난 충남 여행의 재발견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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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바다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긴 이동이 번거로웠지만, 요즘은 가까운 충남 해안을 넘어 호수와 숲, 유적지를 함께 누리는 여정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상이 됐다. 서해의 너른 품 안에서 계절의 색과 역사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는 이들이 걷는 길이다.

 

서해안 여행의 시작은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다. 하얀 백사장을 밟으며 머드축제에 들떴던 여름날, 누구나 하나쯤은 추억을 품고 있다. 한 여행객은 “백사장 끝자락까지 탁 트인 바다와 사람들의 활기가 올여름 내 마음을 환하게 했다”고 표현했다. 스카이바이크며 짚트랙, 해수욕과 함께 머드 체험까지, 여행 SNS엔 웃음과 열정이 섞인 인증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출처=충청남도 CI
출처=충청남도 CI

조금 더 남쪽,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은 붉은 낙조로 손꼽히는 곳.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물드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연인과 가족, 친구들 발길이 이어진다. SNS와 블로그엔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노을 색이 있다”는 기록이 빈번하다.

 

풍경만큼이나 이야기가 담긴 공간도 많다. 서산 해미읍성, 아산 공세리성당 같은 유서 깊은 유적지는 조용한 성곽 길과 고딕 성당의 이국적 풍광으로 걷는 이마다 저마다의 고요함을 얻는 곳이다. 부여 궁남지 연못에선 연꽃 사이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잠시 옛 정원사의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충남 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가족 단위, 2~3일 코스로 충남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집계가 나온다. 자연 친화형 여행과 힐링을 원하는 20~40대의 비중이 높고, 주말에 맞춰 바다-산-유적 코스를 한 번에 누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충남 여행의 본질은 빠른 일상에서 한 발짝 쉬어갈 수 있는 균형감각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 트렌드 연구가는 “서울, 수도권에서는 짧은 시간 이동으로 자연과 역사를 모두 경험하고 감정을 환기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지금의 여행은 ‘멀리’보다는 ‘깊이’가 더 중요한 시대”라고 짚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선 “전에는 그냥 바다 보러 갔지만, 요즘은 수목원이나 성당도 들른다”, “아이와 함께 출렁다리에서 가족 사진 남겼다”는 따뜻한 후기가 쌓인다. 누군가는 “비 오는 충남의 바다는 또 다른 낭만이 있다”며 흐린 날씨마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렇듯 충남의 바다, 산, 유적, 숲은 단순한 풍경 너머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짧은 리셋의 공간이 되고 있다. 누군가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고성(古城) 돌 사이에서 자신의 속도를 되찾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느새 충남의 풍경은 “그곳엔 늘 내가 쉴 자리가 있었다”는, 일상에 남는 새로운 위로가 돼준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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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천해수욕장#꽃지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