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4.40 강세 마감”…코스피, 트럼프 EU 관세 유예에 투자심리 급반등
국내 증시가 관세 악재의 운명을 유예하는 선택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6일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 관세 부과 유예 발표에 힘입어 2.02% 크게 올랐다. 지수는 2,644.40에 마감하며 한때 조심스러웠던 무역 긴장감을 잠시 걷어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2,598.45에서 시작해 상승폭을 점차 키워갔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19억 원, 4,302억 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5,139억 원 순매도로 관망세를 보였다. 코스피200선물에서는 외국인이 1,314억 원 매도에 나서 투자의 셈법이 엇갈렸으나, 전체적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누그러진 하루였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EU 50% 관세 7월 9일까지 유예 결정을 예의주시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가 바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위협에 뉴욕증시는 움츠러들었으나, 관세 유예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주식시장 역시 탄력을 받았다. 무역전쟁 우려가 한발 물러나면서, 투자심리는 오랜만에 따뜻해졌다.
이날 업종별로는 이차전지주와 조선주, 금융주 등이 두드러진 강세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3.73%, POSCO홀딩스는 3.43% 상승하며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존재감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66%, NAVER 2.68%도 긍정적으로 흐름을 탔다.
조선업종에서는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와 독일 컨테이너 선사의 발주가 국내 조선사로 움직이며, HD현대중공업이 6.04%, 한화오션 3.82%, HD한국조선해양 2.77%로 일제히 상승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새 시그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사 이익 기대감으로 확산됐다.
금융주 KB금융은 3.03% 오르며 시가총액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0.92%, SK하이닉스 1.50% 등 반도체 관련 주식도 장 초반 약세를 딛고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937개 종목 가운데 68%에 달하는 637개 종목이 상승했다. 건설업 2.83%, 금융업 2.52%, 화학업 2.07%, 제약업 1.72% 등 거의 모든 업종으로 온기가 퍼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역시 전일 대비 11.2원 하락한 1,364.4원으로, 시장 전반의 반등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코스닥도 1.30%(9.29포인트) 올라 725.27에 장을 마쳤다. 이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 2.27%, 에코프로 0.51% 등 성장주와 알테오젠(2.63%), 펩트론(3.18%), 레인보우로보틱스(1.51%) 등 바이오·로봇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HLB, 파마리서치, 코오롱티슈진 등은 하락하는 흐름을 탔다.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 8조3,370억 원, 코스닥시장 5조3,670억 원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과 무역의 갈림길 앞에서 신중함과 기대가 교차되는 하루를 경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글로벌 증시가 출렁였지만, 유예 발표가 투자심리를 살아나게 했다”며 “관세 불확실성 완화가 시장을 견인했다”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EU 간 관세 협상 향방, 기술주 영향,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이어질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무역 긴장 완화와 글로벌 시장 심리 회복에 힘입어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관세 협상 일정, 미국 기술주 변동성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여전히 증시 저변에 깔려 있다. 투자자와 기업, 모든 주체가 다가올 변화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계절의 문턱이다. 시장은 늘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곳임을, 오늘의 반등세가 조용히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