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인프라 현장 체감”…울산, MLS 샬럿FC 경험→월드컵 대비 자신감
넓은 잔디밭 위에 장비를 내려놓은 울산 HD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숙연함이 엇갈렸다. 클럽 월드컵 준비를 위해 미국을 찾은 선수단이 샬럿FC의 최첨단 클럽하우스를 직접 둘러본 순간, 단순한 시설 견학 이상으로 새로운 자극과 책임감이 남았다. 최첨단 환경이 주는 압도적인 현장감, 그리고 세계 대회를 향한 각오가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었다.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샬럿FC 클럽하우스. 입구를 넘자마자 드러난 야경 속 천연잔디 구장은 이미 다양한 유스팀과 프로팀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웨이트 트레이닝 룸이며, 시청각 회의실 등 한눈에 봐도 체계적이고 세련된 공간들이 선수단 동선을 따라 배열돼 있었다. 현지에서 구단 전체 직원 150여 명이 일하는 이곳은, 운영부터 선수 지원까지 명확하게 분리된 전형적인 ‘프로페셔널 클럽’의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났다.

특히 이번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 팀들은 MLS를 포함한 미국 내 14곳의 시설을 베이스캠프로 활용한다. 그중에서도 6개 MLS 구단 클럽하우스가 ‘엘리트 환경’으로 공식 선정돼 K리그와 MLS 사이 인프라 격차가 한층 또렷하게 드러났다. 울산 선수단에 배정된 샬럿FC 천연잔디 구장 역시 본래 유스팀 용이었으나, 잔디 상태와 관리가 선수단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엄원상은 “이제 실수하면 우리 탓이다. 잔디는 정말 좋다”며 경기력 향상의 환경적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는 자연스레 유럽 빅리그 스타들의 ‘미국행’ 현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리오넬 메시 영입 이후, 올리비에 지루, 윌프리드 자하 등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MLS로 이적 행렬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놀라운 인프라 경쟁력이 있다.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등 다방면에서 진화한 환경이 선수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음은 여러 취재진의 공통된 평가였다.
대회를 준비하는 MLS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시설을 클럽 월드컵 참가 구단에 개방하는 것은 물론, 2026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원과 인프라 공유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미 국가대표팀들 역시 샬럿FC 등 MLS 구단과 접촉을 시작하는 등, 향후 북중미 축구 행정·운영의 변화를 예고했다.
서준석 전 미국 축구계 관계자는 “내년 베이스캠프 대부분이 현재 MLS 구단의 숙소·훈련장·경기장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클럽 월드컵이 FIFA 중장기 기준을 점검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26년 월드컵 때는 어떤 대표팀이 방문하더라도 시설에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시스템을 눈앞에서 실감한 울산의 선수와 스태프들은, 대회를 앞두고 드높아진 기대감에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인프라 격차의 현실과 기회를 냉정하게 확인한 이날의 경험은, 곧 경기력과 현지 적응의 토대를 쌓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잔디 위, 경쟁과 성장이라는 스포츠의 의미가 또렷해졌다. 다큐멘터리 한 장면처럼 조용히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울산, 그리고 MLS와의 인연은 올해를 넘어 내년, 그리고 또 다른 도약의 밑그림이 되고 있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은 오는 해 미국에서 개최되며, 현장에 살아 숨쉬는 기록과 이야기는 그 순간까지 팬들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