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불계승 결정적 한 수”…김은지, 정준우 격파→하찬석국수배 마지막 무대 기적의 완성
웃음기 어린 얼굴 위로 단호함이 스며들던 순간, 김은지는 스스로에게 마지막 기회를 약속하듯 바둑판 위에 힘찬 돌을 올렸다. 대회장의 조용한 긴장감과 응원의 박수는 마지막 출전을 맞이한 영재의 무거운 발걸음을 따랐다. 제13기 하찬석국수배 영재최강전 결승 3번기,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오후, 김은지는 정준우를 상대로 227수 끝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우승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번 승리로 김은지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완성했다. 지난해 아쉬운 준우승을 뒤로하고 윤서원, 이민석을 차례로 제치며 결승 무대에 당도한 김은지의 행보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특히 경상남도 합천에서 열린 1국에서의 선제 승리, 이어진 2국에서의 역전패는 한순간 마음을 무너뜨렸지만, 마지막 3국에서 더욱 깊어진 집중력으로 정준우를 넘었다.

이번 우승은 혼성 신예 기전 두 번째 정상을 의미함과 동시에 2007년생 이하로 제한된 하찬석국수배 마지막 출전에 깊은 의미를 남겼다. 새로운 도전의 문턱에서 김은지는 “2국 패배로 흔들렸지만 마지막에 집중했다”며 “우여곡절 많은 시즌이었지만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속 깊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은지의 시선은 이미 다음 행선지를 향해 있다. “중국은 강한 또래 남자선수가 많지만, 내 실력을 발휘한다면 어떤 상대도 이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로써 10월과 11월 개최되는 한·중 영재대항전, 정상 vs 영재 대결 출전 자격도 함께 거머쥐게 됐다.
대국은 시간누적 피셔 방식으로 각자 20분, 20초 추가시간이 적용되는 짜릿한 치열 속에서 진행됐다. 우승 상금은 1천만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원으로 책정되며, 젊은 영재들의 성장에 확실한 동력으로 자리하게 됐다.
팬들의 박수와 따뜻한 시선이 전해지던 결승전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았다. 하찬석국수배에서 마지막 추억을 더한 김은지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승부의 순간, 바람에 실린 도전의 함성은 영재 바둑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 이야기는 올가을 방송되는 한·중 영재대항전, 그리고 정상과 영재의 특별한 대국에서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