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표 공백·밸류에이션에 뉴욕증시 약세”…미국, 빅테크·AI 주가 조정 우려 확산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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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1월 4일, 미국(USA) 뉴욕증시가 장 초반부터 주요 지수 일제 하락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경제지표 공백과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면서, 엔비디아·테슬라 등 성장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투자자, 특히 국내 서학개미의 수익률에도 즉각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경에는 최근 발표되지 못한 무역수지, 공장재수주 등 주요 경제 데이터 부재와, AI 랠리로 급등했던 빅테크 프리미엄에 대한 피로감이 심리적 부담을 키웠다는 진단이 나온다.

 

장 초반(현지시간 11월 4일 오전 10시 41분) S&P 500 지수는 1.19% 하락(6,770.58), 나스닥종합은 1.64% 하락(23,443.90), 다우지수도 0.90% 내렸다. AI와 테크 대표주 엔비디아(-2.52%, 201.67달러), 테슬라(-3.66%, 451.25달러), 마이크로소프트(-1.38%, 509.92달러), 애플(-0.26%, 268.35달러) 등이 약세 전환했다. 변동성 지수(VIX)는 12% 급등(19.29)해 변동성 확대 국면임을 방증했다. 국내 투자자의 환산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1,440.7원으로 9.7원 오르며, 달러 강세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이날 조정 배경에 대해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뚜렷한 악재보다는 데이터 공백과 밸류에이션 피로가 결합돼 투자자들이 선제적 리스크 축소에 나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경제지표 발표가 연기되자, 투자자들은 펀더멘털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급등했던 AI·빅테크 종목들도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곧장 차익 매물이 쏟아지는 등 ‘눈높이 상향’에 따른 조정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찰스 슈왑은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업 등 일부 긍정적 실적 발표에도 불구, AI 관련 대형주·반도체 업종의 불확실성, 대중국 수출 가시성 약화, 은행 경영진의 보수적 전망 등이 투자 심리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날 오후 예정된 반도체 기업 실적 이벤트, 데이터센터 성장률·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장 불안이 장 전반의 순환 매물 출회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웰스파고는 “유럽 재정, 아시아 통화정책, 원자재 가격 흐름 등 글로벌 매크로 변수와 서비스 지표 일정 지연 우려가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QQQ(인베스코 나스닥 ETF),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레버리지형), 디렉시온 테슬라 강세 ETF 등 변동성 민감 상품이 장중 더 큰 낙폭을 보여, 단기 레버리지 투자 성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환산 수익률 악화에 직면했다. 10월 31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엔비디아·팔란티어·아이온큐 등 빅테크와 AI 대표종목, 레버리지 ETF에 체류성 자금 유입은 여전히 늘고 있으나, 단기 시세 변동과 환율 영향이 혼재된 상황에서 포지션 및 손익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뉴욕증시 주요 섹터별 온도차 역시 뚜렷했다. 아마존, 메타 등 플랫폼·클라우드주에는 자금이 지속 유입된 반면, 브로드컴 등 일부 반도체주와 3X 레버리지 ETF에서는 차익실현과 디레버리징 움직임이 강화됐다. 10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163.81조원(1월)에서 244.95조원(10월)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이런 장에서는 ‘보관금액 증가=즉각적 수익 증가’로 단순 환산하는 접근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글로벌 주요 언론들은 “지표 공백이 야기한 밸류에이션 조정이 뉴욕증시 변동성을 뚜렷이 자극하고 있다”(CNBC), “실적 자체보다 기대치가 더 중요해진 장세가 빅테크 하락세의 원인”(월스트리트저널)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정이 지연될 경우 투자자 관심이 미국내 대체 지표, 기업 경영진의 수요·가격 전망, 채용계획 등 정성적 단서에 더욱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이벤트 캘린더, 업종별 온도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분할매수·분할매도, 헤지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과 국내 투자자의 단기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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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비디아#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