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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연간 순익 전망 20% 급감”...트럼프 관세 여파·소비 냉각→미국 유통업 흔들리나
국제

“타깃 연간 순익 전망 20% 급감”...트럼프 관세 여파·소비 냉각→미국 유통업 흔들리나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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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맑은 캘리포니아 이른 아침, 타깃의 상징적 붉은 원형 로고 아래로 출근길 직원들 발걸음이 느려진다. 아늑하게 펼쳐진 주차장마저, 시장의 매서운 바람을 피해가진 못한다. 미국 전역이 긴장하는 가운데, 거대 유통업체 타깃은 올해 회계연도 순이익 가이던스를 최대 20%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불안한 숫자와 싸늘한 심리는, 낡은 유리진열장 너머로 미국 쇼핑문화의 변화와도 닮아 있다.

 

2025년 5월 21일(현지시간), 타깃은 올해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8.8~9.8달러에서 7.0~9.0달러로 하향한다고 공시했다. 전망 하단만 놓고도 20%의 조정이 이뤄졌고, 매출 성장 역시 ‘약 1% 상승’에서 ‘낮은 한 자릿수대 감소’로 전환했다. 1분기 동일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해, 월가 기대를 밑돌았다. 숫자 사이로 맴도는 긴장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관세정책, 소비자 불매운동, 소비심리 위축 등 겹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타깃’ 연간 순익 전망 20% 하향…트럼프 관세 여파·소비심리 위축
‘타깃’ 연간 순익 전망 20% 하향…트럼프 관세 여파·소비심리 위축

골목마다 타깃의 문은 여전하지만, 그 내부를 채우는 활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미시간대학교가 5월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5개월 연속 하락해, 미국민들의 지갑이 더욱 닫히고 있음을 암시한다. 타깃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코넬은 소비심리 악화와 임의소비재 부문 지출 둔화가 고스란히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관세 압박은 물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종료 이후 오히려 매출 감소가 가속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유통 거인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급업체와의 협상, 품목 다각화, 주문 시기 조정, 생산국 변경 등 수차례의 비용 상쇄 전략들이 이어졌으나, 관세 현실 앞의 균열을 모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필요하다면 가격 인상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 담긴다. 같은 날 월마트가 관세 정책 영향을 이유로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미국 유통업계 전체가 불편한 숨을 내쉰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묵직하게 쏠린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실적 가이던스 변동은 단순히 지표 하락을 넘어, 미국 소비 경제 전체의 방향성까지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정책 변화, 그리고 소비심리 약화라는 3중 압박이 단기 내내 유통업체 실적과 주가를 좌우하는 변수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노을이 내린 거리, 쇼핑카트를 밀고 나서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조심스러운 불안감이 묻어난다.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불어온 관세의 영기는, 이제 미국 유통의 균열과 변곡점 위에서 국가경제의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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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트럼프#관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