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벽 안정성 재조명”…UNIST, 차세대 메모리 신소재 연구→반도체 혁신 가속

강유전체 내 도메인 벽이 기존 통념과 달리 오히려 가장 안정적인 상태일 수 있다는 혁신적인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 강유전체에서 ‘대전된 도메인 벽’이 벌크 영역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를 가짐을 양자역학 기반의 계산으로 입증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정보저장 밀도 한계에 다가가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 기술 개발의 새로운 단초로 주목받고 있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에 의해 내부의 분극 방향 전환이 가능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는다. 내부 분극이 상이하게 만나는 면을 도메인 벽이라 지칭하는데, 과거에는 이 경계면의 형성이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며 불안정하게 소멸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준희 교수팀은 산화하프늄의 특정 결정 방향에서, 분극이 급격히 전이하는 구간의 구배 에너지가 음수로 전환되는 ‘음의 구배 에너지’ 현상이 나타나 도메인 벽 생성이 오히려 에너지적으로 용이함을 확인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분극 불연속면이 가지는 양의 구배 에너지와 정전기 에너지가 도핑 등 외부 요인과 상쇄를 이루는 독특한 물리적 특성이며, 기존 고체물리학의 상식을 전복한다.

이를 통해 불안정성의 상징이던 도메인 벽이, 오히려 정보 저장을 위한 고밀도 메모리 소자의 논리 단위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을 토대로 도메인 벽 유무에 따라 디지털 신호를 구현하는 새로운 구조의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준희 교수는 “강유전체계 내 대전 도메인 벽의 에너지 안정화 조건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며 “분자적 구조와 에너지 조건에 근거한 메모리 소자 설계의 혁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으며, 관련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지원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