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조사원, 부산에서 IHO 해도 교육 개시”…10개국 전문가 양성→글로벌 해양 협력 확산 촉진
해무가 희미하게 깔린 부산항의 이른 아침, 국립해양조사원의 강의실엔 각기 다른 언어와 피부색을 지닌 교육생들의 긴장감 어린 시선이 모여든다. 6월의 부드러운 해풍 아래, 과테말라에서 온 젊은 해양공학도와 나이지리아에서 온 연구원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모습은, 바다의 경계가 국가의 울타리를 가릴 수 없음을 조용히 알린다. 부산은 어느새 세계 해양 정보의 중심이자, 미래의 항로를 설계하는 지성의 항구가 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부산에서 국제수로기구(IHO) 회원국 10곳을 대상으로 공인 해도 제작 전문가 과정을 연다. 참가국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방글라데시, 에스토니아, 자메이카, 태국 등 지리와 언어, 문화가 모두 다른 나라들이 자리한다. 총 12명의 교육생들은 바다와 뭍, 그리고 디지털 해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양 공간정보 이론부터 실무까지 섬세하게 배운다.

해도란 단순한 지도가 아니다. 수심의 변화, 숨은 암초, 항로의 미묘한 굴곡, 정박지와 위험물의 위치까지 세밀하게 담아, 선박과 사람, 화물이 안전하게 세계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항로의 교향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해양교육은 국제수로기구의 세계 표준을 충실히 따르며, 수료생들은 엄격한 시험을 거친 뒤 국제 기술자격 인증서라는 배의 여권을 손에 쥐게 된다.
세계적으로 해도 제작 국제 교육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에 불과하다. 2015년 이후 국립해양조사원이 전문 교육기관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한국 해양 정보 역량이 이미 세계 무대에서 신뢰받은 증표다. 격년제로 이어온 이 교육은 지난해까지 60명의 전문가를 길러내며, 바다를 넘는 협력과 우정을 빚어왔다.
교육을 주관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은 앞으로도 해앙 산업과 안전 분야에서 견고한 협력의 토대를 넓혀가겠다고 강조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산의 바닷바람처럼 잔잔하지만 꾸준하게, 바다의 평화와 인류 공동의 번영을 향한 흐름을 세계 각국으로 확장할 것이다. 해양을 잇는 지도 위에, 서로 다른 색의 꿈과 기술이 새겨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