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잠수함서 유럽 장벽 드러나”…정부, 최대 60조원 캐나다 사업 정조준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둘러싼 경쟁에서 유럽 방산업체와 한국 조선·방산 원팀이 맞붙었다. 스웨덴 사브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한국은 고배를 마셨고, 시선은 내년 최종 사업자 발표를 앞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군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27일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폴란드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공급사로 스웨덴 사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오르카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3천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해 발트해 방어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잠수함 건조와 유지·보수·운영을 모두 포함한 사업 규모는 최대 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 측에서는 방위사업청 중재 아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폴란드 수주전에 나섰다. 한화오션이 사업을 주관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구조로,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3천600t급 KSS-3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최대 10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을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국산 플랫폼이다.
정부도 폴란드 측에 우리 해군의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무상 양도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외교·군 수주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선택은 유럽산에 돌아갔다.
폴란드 사업 탈락 배경에는 유럽의 정치·경제 구도가 짙게 드리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지 매체 TVP 등 외신에 따르면 사브가 제안한 A26 블레킹급 잠수함은 발트해의 얕은 수심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발트해 맞춤형 설계가 폴란드 정부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스웨덴 정부와 사브는 폴란드 조선소 투자와 함께 폴란드산 무기 일부를 역으로 구매하겠다는 상호 교역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유럽연합 내부에서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응해 유럽산 방산 장비를 우선 구매하자는 소위 바이 유러피언 흐름이 강해진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시니아크카미시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제안의 우위를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은 기준, 납품 기간, 특히 발트해에서의 운영 역량 측면에서 가장 좋은 제안을 제시했다며 스웨덴은 폴란드로부터 무기 일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유럽 역내 상호 무기구매 약속이 사브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폴란드에서 유럽 기업에 밀린 한국으로서는 내년으로 예정된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은 폴란드 사업의 7배가 넘는 규모로 평가되는 캐나다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캐나다는 2030년대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의 잠수함 계약비용은 최대 2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 비용까지 합산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원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기업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은 캐나다 정부에 3천t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과 함께 적격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캐나다는 내년 3월 초까지 한국과 독일로부터 세부 제안서를 접수한 뒤 5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의 관심도는 연이은 고위급 방문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찾아 잠수함 건조 현황을 둘러봤다. 이어 이달에도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이 같은 조선소를 방문해 한국 측 능력을 직접 확인했다. 양국 정부는 잠수함 협력을 계기로 방산과 산업 전반 협력 확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수주 지원 강화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캐나다 측은 한국 잠수함 도입 시 절충교역 방식의 사업 협력을 요청해 온 상태다. 절충교역은 해외 무기·장비 도입 과정에서 기술 이전, 부품 생산, 역수출, 상호 투자 등 반대급부를 묶어 추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캐나다가 관심을 보이는 절충교역 분야로는 광물 수출 연계와 자동차 분야 현지 투자가 거론된다. 핵심 광물 공급망과 전기차·친환경차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캐나다 정부 전략과 한국의 제조·배터리 역량이 맞물리면서, 잠수함 계약이 양국 산업 협력 패키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사업 탈락으로 캐나다 사업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캐나다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이에 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캐나다 정부와 절충교역 구체안을 조율하는 한편, 방위사업청과 외교 당국, 산업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지원 체계를 유지해 수주전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도 대규모 방산 수출이 국내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주시하며 향후 예산과 제도 지원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