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의밥상, 김치명인 무대”…광주김치축제에서 만나는 손맛과 세대의 연결
요즘 가을이면 광주 내방로에 김치 내음이 가득하다. 예전엔 김장철 가족만의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도시 전체가 나서 전통의 맛과 문화를 함께 나누는 광주김치축제가 지역의 연례행사가 됐다. 축제의 대표 장면인 ‘천인의밥상’에서는 각양각색 전라도 김치에 매료된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깊고 화려한 맛을 음미한다. 한편 김치명인 푸드스테이지에선 숙련된 손끝의 비법이 무대 위로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행사장 곳곳에서 더욱 생생하게 감지된다. 천인의밥상, K-김치파티, 김치키즈랜드 등 다양한 공간에서 노소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지역의 신선한 채소와 직접 만든 멸치액젓, 통깨를 더한 광주만의 레시피를 배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김치키즈랜드에서 한국 김치의 맛과 문화를 오감으로 경험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은 부대공연과 김장 체험, 김치마켓을 즐긴다.

전문가들은 김치 축제가 단지 전통 음식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지역공동체를 잇고, 어린 아이들에게 한국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한 김치 셰프는 “김장에는 가족의 기억과 땅의 넉넉함이 담긴다”며, 세대를 잇는 손맛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현장 분위기도 남다르다. SNS에는 “가을마다 축제에 꼭 들른다”, “어릴 적 엄마 손맛이 그리워 찾아왔다”는 방문 인증과 후기가 줄을 잇는다. 축제 마켓에서 직접 김치를 구매하는 사람, 운동회나 소금체험관을 지나는 아이들까지, 남녀노소 모두 김치 한 접시로 세대와 세대가 유연하게 연결된 느낌을 표현한다.
광주김치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 그 이상이다. 김치를 통해 가족의 이야기와 지역의 뿌리를 돌아보고, 나와 연결된 공동체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들이 쌓인다. 그만큼 소박한 선택과 공동의 경험 속에서 우리 일상의 방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김치라는 일상 음식이, 지금 이곳에선 삶의 기억을 이어주는 온기이자 새로운 세대를 잇는 상징이 돼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