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깎인 절벽과 솔섬 노을”…변산반도 감성 여행이 일상이 되다
요즘 변산반도를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계절 여행지로 남았던 부안이 이제는 일상의 쉼표가 되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한 해식절벽 산책부터 고즈넉한 고찰 산책, 그리고 지역 농가와 어우러진 미식 체험까지, 부안은 느리게 머물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이 돼 간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채석강의 겹겹이 쌓인 절벽이 먼저 눈길을 끈다. 바다와 파도가 수만 권의 책을 새긴 듯한 절벽, 썰물 때 들어가 보는 해식동굴과 노을 아래 붉게 물든 하늘. 사진으로 남기려는 여행자들만큼이나, 바닷바람을 맞고 싶은 이들이 많아졌다. SNS에는 해식동굴 산책, 갯바위에서의 조용한 명상, 노을 인증샷이 꾸준히 올라온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천년 고찰 내소사가 고개를 내민다. 전나무 숲을 지나 대웅전 앞에 서면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된다. 돌담 아래 걷는 가족, 삼삼오오 모인 20·30대 여행객들이 휴대폰 대신 느리게 걸으며 풍경에 빠져든다. 실제로 부안을 방문한 여행객 중 절반 가까이가 자연 및 사찰 산책을 가장 인상적인 경험으로 꼽았다는 지역 문화관광 조사 결과도 있다. 미식 트렌드 역시 남다르다. 지역 특징을 살린 카페와 빵집이 주목받는다. 격포의 넓은 전망을 품은 그라제 격포카페, 노을 명소 솔섬을 마주한 카페 바람섬에선 오디주스·오미자 음료 등 신선한 특산음료가 인기다. 우리밀, 우리팥, 우리쌀로 만든 슬지제빵소의 빵은 여행의 추억을 더한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여행의 본질이 단기간의 휴식에서, 머무는 삶의 감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행지에서는 현지인처럼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자연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예전 여행은 빠르게 찍고 떠나는 일정 중심이었지만, 요즘은 그 지역의 고요함 속에 스며드는 경험이 중요해졌다”는 심리학자의 진단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실제로 부안 현지 카페 리뷰에는 “바다 앞 창가에서 일몰을 바라보다 나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고즈넉한 사찰 길에서 소란을 내려놓았다”는 감상들이 줄을 잇는다. 여행자 커뮤니티에서도 “바쁜 일상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부안의 향기와 바람을 떠올리게 된다”는 후기가 뒤따른다.
부안의 변화는 단순히 여행 트렌드의 이동이라기보다, 새로운 삶의 속도와 시선의 전환을 보여준다. 매일을 채우는 법은 멀리 있지 않다고, 작고 낯선 곳에서 마주친 순간들이 우리 일상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