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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곡의 바람만은 차갑다”…청송의 여름, 자연 속 온전한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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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곡의 바람만은 차갑다”…청송의 여름, 자연 속 온전한 피서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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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려도, 여름의 열기는 어디든 스며든다. 그런데도 요즘 청송을 찾는 사람들은 단지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짙은 녹음과 차가운 계곡, 그리고 오래된 사찰과 온천에서 머무는 여행은 이제 특별한 피서의 일상이 됐다.

 

요즘 청송을 목적지로 삼는 이들은 ‘자연에서 보내는 피서’라는 익숙한 답을 입 밖으로 꺼낸다. SNS에는 주산지의 왕버들이 비 내린 호수 위로 드리운 고요한 풍경 사진이 여름 여행 버킷리스트로 공유된다. 8일 오후 청송의 기온은 28.7도, 체감은 30.7도를 웃돌았지만, 높은 습도만큼 푸르른 숲 속 그늘은 더위와 번잡함을 단박에 잊게 해준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외선은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미세먼지 수치는 ‘좋음’, 그러다 보니 가족 단위, 연인, 친구들끼리 온천과 계곡, 산사 등 다양한 명소를 직접 찾고 있다. “몸이 답답할 땐 주산지 산책이나 대전사 숲길 명상이 최고”라거나 “솔샘온천에서 보낸 저녁, 묵은 피로가 녹았다”는 현장 후기도 잦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동선을 ‘여름 산림 휴식’ 트렌드라고 해석한다. 기상학자와 여행 칼럼니스트들은 “사람들이 실내 복합상가 대신 맑은 공기와 햇살, 그리고 계곡물에 더 끌린다”고 진단한다. 자연과 정적인 공간이 주는 위로가, 도심에서 잃어버린 온전함을 채워준다는 설명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얼음골 협곡 한 번 가보면, 에어컨 바람은 생각나지 않는다”, “흐린 날씨라 더 편하게 주왕산 오를 수 있었다” 등 직접 다녀온 이들의 공감이 빠르게 확산된다. 슬쩍 사진 한 장만 봐도,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착각이 감돈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해 보니, 용추협곡의 기암괴석 사이로 스며드는 냉기나 소노벨 청송 솔샘온천의 묵직한 온열감이 모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린 긴장과 피로를 씻어냈다. 사찰에서 머문 한낮, 얼음골 계곡에 잠시 발을 담근 순간, 삶의 속도가 느려졌음을 실감했다.

 

청송에서 보내는 하루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을 등지고 숲 그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자유와 넉넉한 숨을 되찾는 경험이 된다. 흐린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자연이 전하는 시원함은 언제나 특별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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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주산지#얼음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