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선발에 또 결장”…김혜성, MLB서 두 경기 연속→출전 기회 무산
경기 전 라커룸은 정적 속에서도 끓는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자 김혜성은 이내 벤치에 앉아 조용히 팀을 응시했다. 날카로운 타격감을 바탕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아쉬움을 삼켰다.
김혜성은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원정 경기에서 결장했다. 클리블랜드가 선발로 좌완 투수 콜비 알러드를 내세웠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플래툰(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라인업을 달리하는 전략)의 원칙에 따라 우타자 미겔 로하스를 2루수로 기용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김혜성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클리블랜드가 선취점을 내주었으나 다저스는 4-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8회 수비에서 집중력을 잃은 다저스는 무려 5점을 헌납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김혜성은 벤치에서 팀의 역전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시즌 타율도 0.366(41타수 15안타)에서 변함없이 멈췄다.
KBO리그 시절 김혜성은 오히려 좌완 투수에게 더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KBO 통산 좌완 상대 타율 0.306, 우완 상대 타율 0.296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무대에선 아직 완전한 플래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좌완 상대 6타수 무안타, 마이너리그에서도 좌완 상대 타율이 0.240에 그치며 기회를 제한받았다.
경기 후 현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상대가 좌완 투수였고, 플래툰 원칙에 따라 라인업을 구성했다. 김혜성의 역할과 활용 방안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팬들도 SNS를 통해 “김혜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다저스는 클레이턴 커쇼가 5이닝 1실점으로 버텼지만, 8회 5실점이 결정타가 됐다. 오타니 쇼헤이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하며 경기 주도권을 쉽게 내주었다. 이 패배로 다저스는 지구 선두 자리마저 위협받게 됐고, 남은 일정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야구는 늘 기다림의 게임이다. 벤치에서 꿈틀대는 의지는 언젠가 다시 펼쳐질 순간을 위해 조용히 속삭인다. 김혜성의 도전이 다시 빛나는 시간을 팬들은 천천히 기다린다. 메이저리그의 봄과 긴 레이스의 한 장면, 이 숙연한 기록은 내일 새벽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