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구조개혁엔 속도·신중 엇갈려”…여야, 자동조정장치 도입 놓고 격돌
국민연금 개혁과 운용방향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국정감사장에서 정점에 달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 도입, 연기금 투자, 의료 현안까지 엇갈린 주장을 쏟아내며 충돌했다. 여야의 합의문 해석 이견과 관련 현안의 정국 파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주도권 쟁탈전이 한층 뜨거워진 양상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 개혁 논쟁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당시 여야가 연금 소진 시기를 늦추자는 차원에서 합의했다”며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를 비롯한 구조개혁 진행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처음에는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하려 했으나 당내 반발이 커지자 명칭만 재정 안정화 조치로 바꿨다”며 “개혁이 시급함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가 지난 3월 ‘연금 재정의 안정과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 안정화 조치를 논의하기로 합의했으나,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실질적 진전은 없는 상황임을 지적한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재정 부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료율·연금액·수급연령을 경제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여야 모두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구체적 도입 여부와 시기에선 견해차가 뚜렷하다.
이에 대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합의문에는 재정 안정화 조치뿐 아니라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방안 등도 논의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며 “자동조정장치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제로 넘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 역시 “보험료 인상, 국고 투입 등 다양한 의견이 합의에 포함됐을 뿐”이라며 “자동조정장치는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연금기금의 투자 방식을 두고 열린 논쟁도 치열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언급한 데 대해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추진한다고 연기금을 동원하는 건 독립 원칙 위반”이라며 “국민 쌈짓돈을 정부 목적에 맞춰 쓰는 일은 민주화 이후 없었던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연기금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장관이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인한 의료 체계 위기를 문제 삼았다. 전진숙 의원은 “의대 증원 등 일방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대란이 초래됐고,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마저 갈등 이후 줄었다”며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폈다.
여야의 입장 차이는 연금 개혁의 구체적 방향은 물론, 연기금 운용 원칙과 의료 정책 이슈까지 겹치며 정국 우위를 둘러싼 공방으로도 번졌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즉각 현실화되기 어렵지만, 사회적 합의와 이해관계자 설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인 만큼 여야의 지속 협상과 정책 조율에 따른 후속 움직임이 향후 정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연금 개혁, 연기금 운용, 의료 정책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으며, 정당 간 대립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