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속 백련, 황토 갯벌의 바람”…무안에서 만나는 고요한 가을의 풍경
요즘은 선선한 바람을 따라 한적한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여행이 모험과 변화의 대명사였다면, 이제는 자연의 품속에서 고요함을 누리는 일이 일상의 위로가 돼간다.
전남 무안군은 그런 의미에서 가을의 초입,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도시 사람들 사이에선 ‘흙탕물에서도 백련은 피어난다’는 말로 회산 백련지의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오롯이 펼쳐진 연잎 위로 늦게 피어난 백련 한 송이가 고고하게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여름 내내 머물렀던 무더운 공기를 조용히 걷어 내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지역 관광 데이터에 따르면 도심과 달리 무안처럼 대자연을 품은 여행지의 방문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20~30대부터 은퇴 세대까지 폭넓게 자연 경관과 조용한 휴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무안황토갯벌랜드 역시 자연의 경이로움을 오롯이 보여준다.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붉은 황토 갯벌에서는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이 쉼 없이 포착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짠내와 흙내음을 동시에 안겨주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을 자극한다. 생태 탐방로를 따라 가족, 친구들이 함께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표현한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겐 공통된 반응이 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그 풍경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고백이다. 자연스레 더 많은 이들이 일상에 쫓길수록 ‘차분히 쉬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회복적 여행’이라 부른다. 인문학자 김은정은 “무안의 명소들은 화려한 놀이보다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게 만든다. 연꽃이나 갯벌처럼 의연함과 생명력의 상징은, 각박해진 시대에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즈넉한 정취를 맛보고 싶을 땐 식영정에 들르는 이들도 많다. 언덕 위 정자에 올라 넓은 들과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바쁜 마음에 여유가 번진다. 방문객들은 “함께 간 가족과 조용히 앉아 옛사람의 시간을 상상하거나,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는 것도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SNS엔 “무안 백련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한 주간 마음이 편했다”, “황토갯벌 걷는 발끝의 느낌이 오래 남았다” 등, 자연 속의 시간에 깊이 공감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그만큼, 무안의 가을은 크고 거창한 이벤트보단 일상에 스며드는 고요함으로 채워진다. 사소하게 들릴지 몰라도, 떠난 이들 모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마음 한켠이 가벼워졌다”는 변화를 말한다.
여행은 잠깐의 일탈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자연과 시간의 조용한 울림은 오래도록 마음을 일으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