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목소리로 깃든 평양냉면 초월의 맛”…생활의 달인, 장인들의 혼→찬란한 집념에 안방 심장이 뛴다
한 번의 내레이션으로 평범한 일상이 서사로 변하고, 양희은의 두터운 목소리가 화면 너머의 시간들을 온전히 감싼다. ‘생활의 달인’에서 10년이란 세월을 무심히 함께해 온 양희은은 어느새 485회를 넘어 인생의 기록을 음악처럼 쌓아왔다. 이번 주 방송에서는 제52회 한국방송대상 내레이션상 수상의 주인공으로서 프로그램과 장인들의 시간마저 한층 깊게 채워냈다.
서울 강서구 식당가, 김금옥 달인이 전하는 평양냉면 한 그릇은, 한 시대를 풍미한 갈비찜의 기억을 품고 다시 태어난 전설이다. 11시간 동안 정성으로 고아내는 한우 양지사태 육수, 두 번 제분한 순수 메밀면이 만드는 투명한 식감. 손끝의 예민함으로 갈아내는 메밀가루 속에 노하우가 새겨져 있다. 차분히 우러난 육수가 가지는 절제, 고소하게 미끄러지는 면, 덤덤한 듯하지만 오히려 중독적인 평양냉면의 맛이 줄을 선 단골들의 마음마저 휘감는다. 김금옥 달인의 오랜 잠행 끝 귀환은 다시 한 번 골목 안 작은 식탁을 소리 없이 뜨겁게 물들인다.

부산 가덕도 해안 절벽 위, 김영표 달인은 밀가루와 천연 재료 속에 30년 손끝의 집념을 구워 낸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습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매일 빵의 기본을 지키는 그의 신념이 천연 시트러스 향과 과일 껍질의 깊은 맛으로 완성된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손님들은 그의 페이스트리 한 점에 깃든 노력과 순수함에 감동을 맛본다.
경기도 화성의 수영모 달인, 야구 유니폼의 자수를 그리는 장인, 여름의 제습기를 만들며 쉼 없이 수공의 세계를 지키는 달인들. 실리콘 한 조각, 실 땀방울에 스며든 집중력, 작은 부품 하나에서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완벽함이 희미하게 스며 있는 고요 속의 설렘을 전해준다. 단순한 반복의 길 위에서 묵묵히 축적해 온 시간들이, 달인이라는 이름과 함께 작은 미라클로 다시 태어난다.
‘은둔식달’이 탐사한 서울 골목 평양냉면집 두 곳은 소문만으로도 붐빈다. 지하 1층의 ‘ㅅ’집에서는 담백한 고기향과, 천천히 익힌 김치 반찬까지 한 그릇 안의 세계를 펼쳐내고, 조용한 주택가의 ‘ㅌ’집에서는 동치미 국물처럼 맑은 육수와 높은 메밀 함량에도 질김 없는 면발이 단골들의 넋을 앗아간다. 골목마다 퍼지는 중독의 평양냉면 진가는 진짜 달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깊은지를 시청자에게 묻는다.
시흥의 자동차 실내 복원업체 김명진 달인은 단 네 가지 색상만으로 수십 가지 빈티지 톤을 만들어내고, 손끝의 민감함으로 완전히 달라진 가죽을 되살린다. 퍼티, 염색, 코팅을 오가며 과거의 흔적 위에 세월의 미(美)를 새롭게 덧입힌다.
평가위원들은 양희은의 내레이션이 ‘생활의 달인’이 선사하는 모든 인간 군상과 노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485회, 시청자들과 쉼 없이 호흡해 온 양희은의 신뢰와 공감의 음성, 그리고 그대로를 비추는 따뜻한 시선이 내레이션상을 넘어 더욱 큰 울림을 남긴다.
달인들의 손끝, 식탁의 잔향, 찢어진 가죽의 재탄생, 이른 아침 공기와 빵의 온기까지. ‘생활의 달인’이 안방에 전하는 땀과 영혼의 파장이 어느 때보다 벅차게 밀려온다. 이번 ‘생활의 달인’은 8월 11일 월요일 밤 9시에 장인과 내레이션의 전설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