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하자”…김홍철, 남북 군사회담 공식 제안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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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적 긴장 고조를 둘러싸고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비무장지대에서 군사분계선 표지판 유실로 북한군의 반복적 침범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모두 단절된 가운데 군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날 김홍철 실장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 제안을 위한 담화’에서, 최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 전술도로·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 등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북한군이 퇴거하도록 조치 중이다.

김 실장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이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발적 남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관련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구체적 회담 일정과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으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회담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전달됐으나, 17일 오후 현재 북측 응답은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그간에도 동일한 채널을 통해 수차례 협의 의사를 북측에 통보했으나, 북한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북 군사분계선 표지판은 정전협정 직후 1천292개가 설치됐으나, 현재 50년 이상 보수 작업이 중단돼 실물로 식별 가능한 표지는 200여개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에서는 남북 간 MDL 인식에 차이가 생긴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 DMZ 침범 사례는 2023년 10차례 미만에서 올해 들어 10차례를 넘어서는 등 빈도가 늘었다.

 

국방부는 “MDL 인식 공감대를 새로 형성하고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계속 협의할 수 있다”며 “남북 군사회담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가 밝힌 대로 이번 회담 제안은 남북 소통 채널 복원 시도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강경노선 표명 이후 남측과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회담 이후 남북 군사회담은 7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안보 불안 고조 상황에서 군이 협의를 공식 제안한 것에 의미를 두는 시각과 함께, 북한 측이 대화에 응할지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제안된 이번 회담에 북측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는 북한의 공식 응답 여부와 회담 성사 과정을 주시하며, 군사분계선 기준선 명확화로 남북 간 우발충돌 방지와 소통 채널 복원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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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국방부#남북군사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