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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청원 침묵”…표현의 자유 논란 확산→국내외 우려 가중
정치

“국회 법사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청원 침묵”…표현의 자유 논란 확산→국내외 우려 가중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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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요청’ 목소리는 5만 명 넘는 국민의 동의 바람을 타고 법제사법위원회 손에 들어갔다. 뜨겁게 번진 표현의 자유 논쟁은 철문 같은 국회 문턱 앞에서 긴 침묵으로 멈춰 선 채, 진전 없는 계류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청원인이 제기한 본질은 명확하다. 형법 제307조 제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사실을 말했음에도 처벌받을 수 있는 현실, 미투 운동이나 내부 고발, 양육비 미지급자 정보 공개처럼 공익적 움직임조차 처벌의 두려움에 움츠러드는 현장은 사회적 파문을 키워왔다. 하지만 법사위에 심사된 이번 청원은 3월 4일 공식 접수된 이후 소위원회 회부와 심의 일정을 두고 침묵만이 흘렀다. 시민단체와 청원인들은 ‘논의 지연’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입법 절차 돌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입법의 현주소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언론법학회는 논문을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존치가 헌법 속 표현의 자유(제21조) 정신에 맞지 않다는 점, 유엔 등 국제사회가 수차례 ‘과도한 제한’이라 지적해왔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고요한 법사위의 행보와 달리,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2011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를 비롯,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엄격한 명예훼손죄 적용 실태에 대한 우려와 ‘폐지 권고’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전자청원
국회전자청원

결국 사실을 밝히는 자가 ‘벌’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역설, 그리고 국회 안과 밖에서 점점 두터워지는 책임의 벽 앞에 시민사회와 학계의 시선이 날로 예리해진다. 국회는 이번 청원 논의에 착수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라는 서로 엇갈린 가치 사이의 조율을 위한 폭넓은 토론과 입법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들리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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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제사법위원회#사실적시명예훼손죄#표현의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