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법행정 기구 필요”…민주당, 법원행정처 폐지·사법개혁 공세 강화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의제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행정 개혁 카드를 본격 만지작거리면서 당내에서는 여론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대표가 '사법부 신뢰 회복과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전현희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미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법왜곡죄 등 7대 사법개혁 의제에 이어 법원행정 전반을 다루는 논의까지 테이블에 올려 정부와 국회 간 사법개혁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민주당의 개혁 움직임 배경에는 "제왕적인 대법원장 권한 집중을 분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정청래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이 너무 폐쇄적이고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수직적 구조가 강화됐다"며 "인사와 행정의 투명한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 인사 등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선 내부 독립이 어렵다"고 거듭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법원행정처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는 이탄희 의원이 법원행정처 폐지 및 국민참여형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 시절에도 법원행정처 폐지를 염두에 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가동했으나, 국회의 입법 지원이 부족해 논의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여당 내부에선 최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사법부 운영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 역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열린 사법행정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논란과도 맞물리고 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재판중지법은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며, 지도부 의중에 따라 처리 일정이 결정된다.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을 중심으로 의총에서 강력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의에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도 관련 논의에 불을 더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재판중지법에 대해 당이 공식적으로 논의했던 적도, 본회의 처리 시기를 정한 적도 없다"면서도 "불을 때니 물이 끓듯 이 대통령 재판 재개 요구에 법원이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재추진 입장을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법원행정처 개혁까지 모두 추진하면 사법부와의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 이슈가 간단치 않은데 연내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 여론 수렴과 당내 총의 집합 역시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는 사법개혁 논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정면 대립을 예고했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와 이에 따른 사법부 반발, 그리고 국민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정국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