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0선 돌파”…코스피, 중동 완화·미국 기술주 호조에 랠리 확대
차가운 새벽이 채 걷히지 않은 6월의 서울, 주식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낯선 온기를 품기 시작했다. 17일, 코스피는 중동을 에워싼 불안의 서사가 이완되는 기미와 밤사이 미국 증시가 다시 뛰어오른 여운을 등에 업고 2,980선까지 나아갔다. 이 수치는 지난 2022년 1월 소식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투자자와 시장 모두에게 새로운 소망의 기준점이 됐다.
이날 오전 9시 29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89포인트 상승한 2,982.55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 2,959.93에 출발한 지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장중에는 2,988.29까지 치솟으며, 묵직했던 2,980선의 문턱을 힘겹게 넘어섰다는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시장의 체온을 데운 주체는 개인 투자자로, 유가증권시장에서 2,600억 원 규모 순매수세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80억 원, 1,594억 원어치를 내다팔며 신중한 발길을 보였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매도 우위를 유지했다. 시장은 한 번의 숨 고름과 함께, 개별 업종별로는 증권과 전기전자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고, 화학과 유통 업종만이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단에는 SK하이닉스가 3.23% 상승하면서 25만 원을 넘겼고, 삼성전자도 3.50% 올라 6만 원을 눈앞에 두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 NAVER 등 주요 종목들 역시 오름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셀트리온, 삼성물산 일부 종목은 숨 고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코스닥 역시 메아리처럼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783.70으로 0.83%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808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17억 원, 157억 원어치 매도했다. 개별 종목으로 눈을 돌리면 삼천당제약(5.25%)의 두드러진 상승이 돋보였고, HLB, 레인보우로보틱스, 파마리서치 등은 하락했다.
시장에 따뜻한 랠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배경에는, 중동 주요국들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휴전을 위해 미국 정부에 중재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는 진정됐고,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주요 지수는 모두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03% 급등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8.81% 뛰었다.
환율 또한 온건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내린 1,36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수출입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무거웠던 환율 불안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배경이 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휴전 기대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반등했고, 이는 코스피 상승 출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제 시장은 다시금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서 있다. 중동 긴장 완화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있으며, 미국 기술주의 힘찬 질주와 국내 개인의 지속적 매수세는 다음 국면의 주인공을 암시한다.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변화를 주시하는 이들은 앞으로 환율 흐름, 미국 시장 움직임, 그리고 기술주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번 랠리가 한순간의 파도에서 그칠지, 혹은 더 긴 흐름의 시작이 될지, 예민한 시선이 서울 증시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