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프리 선언 속도”…미국·유럽, 자동차 공급망 대전환 예고
현지 시각 17일, 미국(USA)과 유럽(Europe)의 주요 자동차 완성차업체들이 미중 무역갈등 및 반도체 칩 공급 차질을 계기로 중국산 부품 배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GM,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향후 국제 자동차 산업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GM은 수천 개에 달하는 부품 공급업체에 중국산 부품을 공급망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할 것을 공식 지시했다. 일부 품목의 경우 2027년까지 대체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GM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는 "차량을 조립하는 국가에서 부품도 조달하는 기조를 강화해 공급망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역시 미국 내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1~2년 내에 중국산 부품을 전면 대체할 것을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부터 이미 일부 부품은 타국산으로 교체됐다.

공급망 재편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업계가 겪은 중국 희토류·반도체 확보난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중(對中) 수입품 관세 인상,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중국 의존도 축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에서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중국산 반도체 대체재 확보에 나섰으며,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는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논의가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동차 공급망 변화의 기폭제가 된 것은 넥스페리아 칩 부족 사태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가 정부의 기술 유출 방지 명령으로 관리권이 전환된 뒤, 중국정부가 자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심각한 칩 공급 차질을 겪었다. 중국 당국이 일부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재개했으나 업계는 여전히 불안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국제 공급망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의 공급망 총괄 사프나 암라니는 “지정학적 결정이 단기간에 조달의 경제적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위험이 현실화됐다”며, 일시적 차질을 넘는 구조적 리스크 부상을 지적했다. 미국자동차장비제조협회(MEMA) 콜린 쇼 회장 역시 “수십 년간 구축된 공급망을 몇 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장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이 같은 자동차 산업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체 공급선 확보, 원자재 가격 상승, 생산비용 변동 등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수를 안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자동차·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공급망 안정성과 경쟁력 확보 여부가 각국 완성차업체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