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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충돌 치솟자 핵개발 그림자”…하메네이 경고에 중동 불안 고조→국제사회 확전 우려
국제

“이란-이스라엘 충돌 치솟자 핵개발 그림자”…하메네이 경고에 중동 불안 고조→국제사회 확전 우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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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모래먼지가 내려앉은 테헤란과 예루살렘의 거리 곳곳에는 전운이 다시금 짙게 드리워졌다. 이스라엘의 급작스런 공습으로 시작된 충돌은, 이란의 분노 어린 탄도미사일 보복으로 이어지며 중동의 밤을 격정적으로 수놓았다. 강경파의 기세가 높아지는 이란은 점차 군사적·외교적으로 내몰리는 모양새이지만, 되려 내부 결속과 대외 억지력의 표식으로 핵 개발의 가능성을 움켜쥔 채 전장 아닌 전장에 서 있다.

 

13일 밤,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이 희생됐다. 이어진 미사일 세례 속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는 피로 물들었고, 3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자국 방공망의 성능을 자부하며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알렸으나, 이란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테헤란의 주거 지역 일부는 폐허가 되었고, 어린이 20명을 비롯한 총 60명의 어린 청춘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란 국영방송의 목소리는, 검증 이슈와 별개로 국가적 슬픔을 대변한다.

이란 테헤란 상공으로 발사되는 방공미사일
이란 테헤란 상공으로 발사되는 방공미사일

양국 군 수뇌부는 서로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경고의 화살을 쏘았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은 테헤란이 미사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도시는 불길에 휩싸일 것”이라며 재차 경고했다. 이란은 군사력 약화에도 불구, 반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한편,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정학적 벨트’라 할 조직들은 이미 무력화 상태에 근접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나오며, 이란의 전략적 입지도 흔들린다.

 

이러한 고립감은 이란 내에서 핵무기 개발 논쟁을 단숨에 재점화시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극단적으로 높이고, 민감한 핵물질을 분산 보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존스홉킨스대 발리 나스르 교수는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거나, 핵 포기를 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석한다. 더욱이 이란 내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불길 속, 이란의 핵시설 또한 폭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져 그 복구와 자금 확보, 안전한 연구 유지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멀로니는 미사일, 사이버전, 무장조직 동원, 심지어 핵무장까지 가능하지만, 어느 쪽이든 정권 자체에 격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확전이냐 봉합이냐의 갈림길에서, 이란은 걸프지역 국가들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하며 외교적 출구를 찾고 있다. 유럽외교협의회 이란 전문가 엘리 제란마예는 “이란 지도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트럼프와 접점이 있는 국가들과 대화 채널을 열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체면과 국가의 존엄을 지키는 타협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은 더 이상 국경선에 갇힌 비극이 아니다. 충돌의 파장은 중동을 넘어 국제 전역으로 퍼지며, 각국은 그 귀추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양측의 폭발적인 감정, 그리고 핵 개발이라는 섬광은 가까운 미래의 평온한 새벽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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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하메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