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밭에서 흐르는 음악”…힐링과 촌캉스가 만나는 고흥유자축제
요즘 고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농촌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유자향 가득한 축제가 일상의 쉼표로 자리 잡았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바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에서 힐링을 찾으려는 새로운 태도가 담겨 있다.
고흥유자축제장은 황금빛 유자밭과 청량한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SNS에는 유자밭 힐링음악회 인증샷이 올라오고,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시골 감성을 찾아온 청년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자연과 음악이 만나는 순간을 즐긴다. 현장에서는 촌캉스 프로그램과 유자밭 게릴라 퍼포먼스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한 방문객은 “음악 소리와 유자향이 어울리니 마음이 가라앉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고흥유자축제는 2024년과 2025년 전라남도 대표축제로 연이어 선정되면서 지역 관람객은 물론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진다. 축제에서 선보이는 유자마을 샘굿, 길놀이, 유자테마파크 등 프로그램은 고흥 특유의 지역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힐빙 휴식’이라 부른다. 유정현 라이프 트렌드 연구가는 “정서적으로 지친 도시인들이 자연 속에서 음악을 듣고, 농촌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데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 풀이했다. 축제에선 건강을 주제로 한 전국 노래교실 경연대회, ‘루미너리’ 아트 퍼포먼스, 유자 따기 체험 등 오감이 깨어나는 순간이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유자향 맡으며 산책하는 순간이 힐링이었다”, “아이들과 유자 따기하며 자연의 고마움을 새로 알았다”는 체험담이 쏟아진다. 도심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여유’가 축제장에서 일상처럼 퍼져나간다.
고흥유자축제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잔칫날을 넘어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묻는 자리가 되고 있다. 작고 소박한 동네 축제였던 자리가 이제는 사계절이 주는 위로, 살아가는 힘을 재충전할 수 있는 특별한 이정표로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