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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 경고”…K팝 음원시장 1조8000억→창작자 눈물 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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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 경고”…K팝 음원시장 1조8000억→창작자 눈물 번진 이유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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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거세지는 스트리밍 열풍 속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온 도시를 가득 메우는 아이돌과 뮤지션들의 목소리는 화려한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그 이면엔 창작자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수치의 환희와 예술가의 침묵이 교차하는 오늘의 K팝 디지털 음원 시장은 찬란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찾아드는 공간이 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EY한영과 함께 지난해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가 13억2000만 달러, 한화로 1조8258억 원에 이르렀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음악의 본고장으로 불렸던 일본의 2023년 시장 규모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스트리밍 부문이 연평균 100%에 가까운 폭발적 성장을 보였고, 그 힘으로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뚝 섰다. 그러나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창작자들의 호소는 묵직하게 귓가에 맴돌았다.

“1조8000억 시대”…한국 디지털 음원 시장, 日 추월→창작자만 울컥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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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덩치가 커진 만큼 고통의 무게도 더해졌다. 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저작권자 수익률이 12~16%에 이르나 국내는 10.5%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저 표면의 숫자놀음이 아니라, 매일 새벽을 꼬박 새운 작곡가와 가수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단 현실을 의미한다. 플랫폼 수익 분배 구조 역시 날카롭게 드러났다. 미국 29.4%, 영국 29%, 일본 22%인 플랫폼 몫이 국내에서는 35%까지 치솟으며, 실제 창작자의 몫은 더 얇아졌다. 주요 플랫폼 사업자가 유통부터 판매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영향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다.

 

상생을 표방한 정책조차 창작자를 옭아맸다. 2022년 도입된 음악 저작권 사용료 상생안은 애플, 구글 등 앱마켓 수수료를 저작권료 산정 매출에서 제외해, 이미 작은 저작권자의 몫을 다시 한 번 줄였다. 결과적으로 절대 다수의 음악인들이 전체 수익의 10.5%라는 벽에 좌절해야만 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 중심의 정책 변화로 창작자의 희생만 키웠다고 강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화려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근본적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탁단체의 요율 상향, 구조적 배분 개편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다.

 

밤 깊은 스튜디오에 홀로 앉은 작곡가의 모습이,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위로 오버랩된다. 통계가 발표되는 그 순간에도, 창작자들이 흘린 눈물은 새로운 음악을 향한 갈증과 맞닿아 있다. K팝의 비약적 성장과 함께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은 지금, 창작자들의 권리와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논의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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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디지털음원시장#창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