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비행기 비극…거북이 피하려다 산산조각”→안전매뉴얼 허점 또 드러나며 논란 확산
은은한 새벽 안개가 짙게 깔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슈거밸리 공항. 그 조용한 활주로 위에 한 마리 거북이가 더디게 길을 건넜던 날, 작은 비행기의 착륙 장면은 영원히 그곳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풍경만큼이나 평화로울 법했던 그날, 뜻밖의 재앙이 웅크리고 있었으니, 느린 생명 앞에서 인간의 조심성마저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딪혔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3일 이른 오전 시간 슈거밸리 공항에서 일어난 4인승 유니버설 스틴턴 108 경비행기 추락사고의 중간보고를 20일 발표했다. 그 보고서 한 줄 한 줄에는 아픔과 경각심이 어우러진다. NYT 등 외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사고기 조종사와 탑승객 한 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승객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NTSB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일, 관제탑은 조종사에게 활주로 위 거북이의 존재를 사전에 알렸고, 조종사는 착륙 직후 우측 바퀴를 들어 올려 운항 경로를 바꾸려 했다. 순간 비행기는 다시 이륙했고, 불과 75미터 완만한 곡선 너머 숲과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 작은 생명을 존중하려 했던 결정이 거대한 슬픔으로 이어진 순간은, 경비행기 안전 매뉴얼과 현장 운영의 허점을 또 한 번 환기시킨다.
미국 내 항공 안전 매뉴얼에서는 동물 충돌 위험이 해마다 강조되지만, 실제 조종 현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잦다. 이번 사고에 대해 NTSB는 조종사의 조작 외에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의 최종적 원인 규명에는 1~2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조종실의 차가운 계기판 너머, 인간과 자연이 교차하는 순간의 섬세함이 또 한 번 질문으로 남았다. 미국 사회 각계에서는 동물과의 안전거리 확보, 조종사 대상 위험 상황 매뉴얼 개선 등 실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국제사회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 만큼, 이번 사건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조용히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