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비전향장기수 송환 요구”…6명, 정부에 판문점 북송 공식 요청
비전향장기수의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당사자들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존 비전향장기수 6명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북한으로 보내달라”며 송환 요청을 제기했다. 송환이 성사되면 지난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8월 18일 양원진, 안학섭, 박수분, 양희철, 김영식, 이광근 씨 등 6명의 생존 비전향장기수로부터 최근 북송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네바협약 근거로 “판문점을 통해 안 씨를 북한으로 송환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나머지 5명도 기자회견 직후 같은 요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비전향장기수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송환을 추진할지는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근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따른 남북관계 변화, 국내외 여론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당사자 측은 정부에 구체적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학섭 씨 측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해 판문점으로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정부에 대북 통보와 민통선 통과,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 등 절차적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안학섭 씨는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42년간 복역한 뒤 1995년 출소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보낼 때,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남한에 남았다. 이후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은 지난 25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송환 요구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권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남북관계 및 국내 안보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반론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남북관계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라면서도 “국내 여론과 국제정세의 복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상황과 사회적 파장, 인권적 고려를 모두 분석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비전향장기수 측의 대응과 정부의 후속 조치가 주목되는 가운데, 임진각 출발과 판문점 행보 이후 정치권의 논의 역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