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IBD 비만 2배 급증”…서울아산병원, 맞춤 치료 근거 제시
동양인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에서 비만 유병률이 최근 10여 년간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황성욱·김민규 교수팀이 이끌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1만 1216명의 환자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IBD 환자의 비만·대사질환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업계와 의료진은 “비만율 증가가 심혈관계 합병증뿐 아니라 질환 예후 악화까지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양인 맞춤형 관리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고 해석했다.
황성욱·김민규 교수팀은 2008~2021년 국내 IBD 환자 1만 1216명의 체질량지수(BMI)와 혈압, 혈당 등 대사 관련 지표를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IBD 환자 비만율이 2008년 13.1%에서 2021년 29.8%로 2.3배가량 뛰었다. 동일 기간 일반 인구의 비만율 증가폭(6.4%포인트)보다 훨씬 가파른 수치다. 특히 남성 환자 비만 증가세가 4배에 달하며 뚜렷하게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BMI 비만 기준치(동양인 25, 서양인 30) 차이에 주목해, 기존 백인 중심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환자군 특화 기준 마련의 근거를 제시했다. 13년간 추적된 대사 증후군 관련 혈액 지표(혈당·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 역시 일관된 상승 경향을 보여, IBD 환자에서 대사이상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마름체형(저체중)’이라는 통념을 뒤집고, 복합 대사질환을 고려한 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실증했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은 식이·약물·수술 이력 등 치료 다양성이 높아, 단순한 비만 관리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글로벌적으로도 미국·유럽 등 기존 IBD 연구는 주로 백인 환자 중심이었다. 이에 비해 서울아산병원 연구는 아시아 최대 규모 동양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향후 국제 가이드라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식약처 등 국내 정책 환경에서는 아직 IBD-비만 연관 임상 가이드 마련이 미흡한 수준이다. 비만 이환 기준, 대사 증후군 동반 시 보험 적용, 데이터 보호 문제 등도 남아 있다. 연구팀은 “동양인 환자 특성 반영–개별화 치료 기준을 제시하고, 대사 증후군·지방간 등 복합 질환 동반환자 관리 전략 수립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IBD와 대사 증후군 동시 관리 방향이 국내 바이오-정밀의료 진화의 새로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향후 병원 임상 프로토콜 및 보험 정책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