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ESTA 비자 활용 범위 첫 공식 확인”…한미, 기업인 미국 입국 협의 물꼬 텄다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한미 간 비자 협의가 가시적 진전을 보였다.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관련 장비 설치 등 단기 업무에 대해 B-1 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다만, 근본적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해당 과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부는 9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에서 양국이 미국 내 우리 기업의 입국 절차 원활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이 “대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외구매 장비의 설치, 점검, 보수활동 등 단기 업무에 B-1 비자와 ESTA 모두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그간 이런 기업 활동은 법령상 회색지대에 머물며, 실제로 지난 ICE 단속 과정에서 한국 국적자 317명이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외교부는 “미국 측의 입장 확인을 통해 급박했던 기업인 입국 문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구금자 중 ESTA 입국자는 170명, B-1·B-2 비자 소지자는 146명에 달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을 위한 별도 비자 신설 필요성에는 ‘입법 제약’ 등 현실론을 내세웠다. 한국 정부는 호주의 전문직 비자(E-3)와 같이 대미 투자 및 전문직 인력을 위한 전용 비자 도입을 희망하지만, 미 행정부는 “미국 의회 반이민 정서 등으로 단기간 내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의회에서 한국 동반자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통과에 난항을 겪어온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한국 기업인의 현장 애로 해소를 위한 전담 데스크를 주한미국대사관에 설치, 10월 중 가동할 계획이다. B-1 비자 소지자 활동의 범위 명확화 등 신속 대응이 가능한 ‘비자 창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현지 공장 신설 등 B-1 또는 ESTA 입국자로 가능한 업무 범위는 여전히 일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추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 전용 비자 제도 신설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워킹그룹의 논의 결과가 대미 투자 촉진은 물론, 향후 한미통상·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 협의와 미 의회 설득 등 다각적 노력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