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봉쇄의 그림자”…아프가니스탄 대인도 수출 9억달러 멈춤→역내 무역질서 흔들리나
거센 모래바람이 휘몰아친 국경길,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를 향하던 긴 행렬의 트럭들이 적막 속에 멈춰 섰다. 5월의 뜨거운 공기 속, 와가 국경검문소에 가득 쌓인 말린 과일과 피스타치오 산더미마다 중단된 무역의 냉기가 배어든다. 평화를 갈망하던 이 길목엔, 이제 군사적 긴장과 봉쇄의 상흔만이 드리운다.
아프가니스탄 상공회의소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새벽을 밝힌 무력 충돌 이후, 아프간에서 인도에 이르는 주요 육로가 전면 봉쇄됐다고 고요하게 알렸다. 150여 대의 컨테이너에 실린 아프간산 상품들은 국경을 단 한 발자국도 넘지 못한 채, 떠나지 못하는 이방인의 이야기처럼 차곡차곡 주저앉았다. 연간 9억달러에 달하던 대인도 수출이 거칠게 끊기며, 무역의 흐름이 완전히 움켜쥐어졌다.

와가를 지난 거래는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숨통이었다. 지난 해만 해도 아프간은 6억2천만달러 상당의 상품을 인도로 수출하고, 2억7천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국경의 흐름은 아프간에 연간 3억5천만달러의 무역흑자를 선물했지만, 지금 와가의 문은 닫혔다.
이번 봉쇄는 카슈미르를 둘러싼 국경의 불씨가 재점화한 데서 비롯됐다. 인도의 파키스탄 내 공습, 파키스탄의 전투기 격추 소식이 들려오자, 군사적 대응은 점차 분쟁으로 확산됐고, 국경은 단단히 걸렸다. 아프간의 무역인들은 조용한 절망과 긴장 속에 사태의 장기화와 생계에 드리울 그늘을 걱정한다.
탈레반 정부는 평화를 호소했다. 외무부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촉구하며, 양국이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설 것을 바랐다. 그러나 국경의 그림자는 피할 길 없이 아프간에도 드리운다. 파키스탄 내 아프간계 인구, 특히 파슈툰족을 둘러싼 염려가 자라난다. 분쟁의 소용돌이에 민족이 휩쓸릴 수 있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메아리친다.
분석가들은 이번 군사충돌이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한 안보 지형을 더욱 척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환율 불안과 대외무역 자금 흐름의 제약,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원조 감소와 경제난의 그늘이 아프간을 짓누른다. 무역의 흐름이 멈추자, 경상수지와 외환수급은 한층 팽팽히 조여들 전망이다.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군사 상황의 추가 격화와 함께, 인접 경제권의 파장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인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 대치가 가져온 통상 흐름의 단절은, 국경을 넘어 아시아 남단의 지정학적 풍경까지 뒤흔든다. 마지막 희망은 대화와 외교, 평화로의 복원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잦은 밤 공기 속에 묵직이 아로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