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만 달러선 무너져”…미국 고금리·시장 피로감에 하락세 지속
2025년 11월 4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주요 심리적 지지선인 10만 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4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글로벌 시장의 피로감과 미국(USA)의 고금리 정책,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특별한 직접적 악재보다는 누적된 시장 ‘피로감(exhaustion)’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 프살리온(Psalion)의 팀 에네킹 매니징 파트너는 "비트코인이 약 9만9천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6월 22일 이후 최저치"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미-중 무역전쟁 우려, 전통 금융시장(TradFi) 고점에 대한 회의,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내에서는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출, 현물 수요 감소, 코인베이스(Coinbase) 가격 프리미엄의 음전 등도 수요 위축 신호로 해석된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훌리오 모레노 연구총괄은 "10월 대규모 청산 사태 이후 펀더멘털이 여전히 약하다"며 "이번 하락 역시 조정 국면의 연속"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시장의 즉각적 반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글라이더(Glider) 브라이언 황 공동창립자는 "단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시장은 점차 안정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수익보다는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체인 데이터에서는 이미 ‘저가 매수(quiet accumulation)’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이 핵심 지지선을 회복한다면 이번 하락은 일시적 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분산형금융(DeFi) 프로토콜 ‘밸런서(Balancer)’의 1억 달러 해킹 사건이 시장 신뢰 회복에 또 한 번 악재로 작용했다. 파핀(Parfin) CEO 마르코스 비리아토는 "이더리움이 7~8% 하락한 상황에서 유동성 부족이 사소한 매도세를 크게 키웠다"며 "디파이의 보안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포브스(Forbes) 등 주요 외신들도 “특별한 외부 악재 없는 하락세”라며 시장 피로감과 신뢰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가격 조정이 본격적인 약세장 전환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디파이 해킹, ETF 자금 이탈, 현물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당분간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중장기 흐름은 투자심리와 시장 유동성에 좌우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의 내재가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단기 낙관론에 기대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