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수입 50% 중국·인도”…자급률 저하, 제약 공급망 위기
원료의약품의 중국·인도 수입 의존도가 50%에 달하며 국내 생산 자급률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9%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25.6%에 그쳤다.
원료의약품이란 완제 의약품의 핵심 성분으로, 산업적·공공보건적 중추 자원이다. 특히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 중 중국(37.7%), 인도(12.5%)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두 국가의 생산·수출 장애가 곧 국내 의약품 공급 쇼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연간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13.4%에 머무르며, 바이오의약 수출을 제외한 실질적 생산 비율은 7.8%까지 떨어진다.
특히 팬데믹, 지정학 갈등 등 글로벌 공급망 충격 시 국민 건강과 직결된 필수 의약품 생산마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니스트에스티 한쌍수 대표는 “주요 성분의 해외 수급 불안이 실제 국내 의약품 생산 차질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고 밝히며, 제약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가격 경쟁력 부족, 연구개발 투자 미비, 의약품 품질·규제 대응력 약화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2023년 3월부터 국산 원료 사용 제약사에 약가 우대 정책을 도입했지만, 7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신청 제약사와 신청 품목 모두 전무하다. 실제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 정착 가능성에 근본적 회의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R&D 지원, 생산 인프라 확충, 인센티브 및 공공조달 연계, 국제 품질 규제 대응력 강화를 비롯한 체계적 산업 육성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의약품 수급 경쟁은 이미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전방위화되고 있다. 백종헌 의원은 ‘혁신형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 트랙’ 신설과 함께 보조금, 세제 등 정부 차원의 직접적 인센티브와 산업 로드맵 수립을 촉구했다.
산업계는 실제 대규모 R&D·생산 기반이 확충되고, 정부 지원 장치를 넘어 시장에서의 실질적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자체보다 산업 구조 안정화가 원료의약품 자급 체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