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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통수권자로서 국민 신뢰 회복”…이재명, 국군의날서 박정훈 대령에 훈장 수여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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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날을 맞아 정치권과 군의 긴장관계가 도드라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취임 후 첫 국군의날 기념식을 주재했다. 이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받는 군대’ 건설 의지를 재차 천명하며, 해병대 수사 압력 논란 속에서도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했다.

 

이날 기념식은 역대 최초로 6·25 참전 간호장교 이종선 씨, 산악인 엄홍길 씨 등 국민대표 7인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행사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흰색 군복의 이종선 씨 손을 잡고 입장하며 보폭을 맞췄고, 단상 위에 직접 자리하게 하는 등 예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기념식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군’이라는 문구로 꾸며져 군 통수권자와 국민의 연대를 상징했다.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정당 대표 등 각계 주요인사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열병 차량에 올라 군을 사열하고, ‘한국형 3축 체계’ 등 신형 무기 체계도 직접 둘러봤다.

 

기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군의 신뢰 회복을 거듭 촉구했다. 또 자신이 직접 손으로 넘긴 종이 원고로 연설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현장상황에 따라 프롬프터 대신 원고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대령에게는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부당한 외압을 폭로한 공로로 보국훈장 삼일장이 수여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달아주자 박 대령은 거수경례로 답하며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박 대령의 공정수사 주장에 대한 군과 정부의 대응이 논쟁이 이어졌던 만큼, 대통령의 공식 치하와 훈장 수여는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오찬에는 6·25 참전 유공자, 군 원로, 보훈대상자, 주한미군 관계자 등 540여명이 동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찬 축사에서 “자주국방이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든지 지킬 수 있고,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미군을 제외한 한국의 자체 군사력은 5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력 강화와 국력 도약으로 외세에 의지하지 않는 자주국가 실현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 등 일부 주요 인사는 오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 법원장 사퇴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오찬 불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 대법원장 모두 개인 일정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날 행사에서 드러난 ‘국민의 군대’ 정체성 강화 시도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훈장 수여를 두고 의미를 분석하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군 신뢰 회복과 자주국방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향후 범정부 국방개혁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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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박정훈#국군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