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전서 무너진 의지”…김판곤, 울산 2-3 역전패→7경기 무승의 끝없는 굴레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깊은 허무와 이별의 감정으로 잠겼다. 지휘봉을 내려놓는 김판곤 감독의 마지막 순간, 벤치에는 한 시즌의 무게와 떠나는 지도자의 뒷모습이 겹쳐졌다. 1년을 생생하게 인화했던 치열한 현장이 이날만큼은 유난히 조용했다.
울산 HD는 2일 K리그1 20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수원FC에 2-3으로 역전패하며, 김판곤 감독의 고별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패배로 울산은 최근 리그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 공식전 11경기 무승의 깊은 터널에 갇혔다. 경기 흐름도 험난했다. 후반전에만 무려 5골이 터졌고, 울산은 수 차례 앞서다 재역전을 허용하며 마지막까지 분루를 삼켰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에 앞서 “울산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후회가 없다”며, 팬과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선수들에게는 “누가 오든, 여기는 너희의 터전이니 흔들릴 필요 없다”며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김판곤 감독은 우승 경험, FIFA 클럽 월드컵 무대, ‘팀 K리그’ 감독 경력 등 의욕적인 도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팀은 기대와 달리 난조를 거듭했고, 시즌 후반 순위 경쟁에서 점차 멀어지는 처지에 몰렸다.
이날 패배로 울산의 승점은 31점에 머물러 리그 7위에 그쳤다. 파이널 A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위권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후 김판곤 감독은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전혀 없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한다”는 말로 이별의 아쉬움을 감췄다. 또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남겨진 선수들에게 마지막 격려를 전했다.
김판곤 감독은 앞으로는 홍콩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울산은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등과 후임 감독 선임을 두고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연속된 무승의 늪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남은 공식 경기마다 순위 반등과 ACL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또다시 기약 없는 도전을 이어가게 된다.
가라앉은 벤치의 표정, 묻어두기 힘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팬들은 마지막까지 박수를 보냈다. 김판곤 감독과 선수단이 함께한 치열한 시간, 그 울림은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