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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걷는다”…경산의 전통 산책길이 주는 여름의 고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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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걷는다”…경산의 전통 산책길이 주는 여름의 고요함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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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산을 찾는 이들이 빗속 산책길에서 머문다. 예전엔 흐린 날씨가 여행의 방해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적막한 고요와 전통의 온기를 느끼는 특별한 여행이 되고 있다.

 

장맛비 내리는 16일 오후, 경산 지역은 습도 95%에 흐리고 부드러운 빗줄기가 이어졌다. 이맘때면 경산향교를 찾는 사람들이 조용한 처마 아래 앉아 오가는 비 내음을 듣는 순간을 즐긴다. SNS에는 “비 오는 날 경산의 푸른 숲길, 마음이 맑아진다”는 인증도 자주 보인다. 실제로 기자가 다녀온 삼성현역사문화공원도 흐린 빛이 유서 깊은 전시관을 한층 정갈하게 감쌌다. 곳곳에 세운 일연, 원효, 설총 등 인물 조형물을 산책하던 한 여행객은 “집중이 잘 되고, 빗소리가 과거로 이끄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숫자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지역 통계에 따르면, 비 오는 날 경산 관광지 방문객 평균은 맑은 날 대비 78%를 유지해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야외보다는 전통문화공원, 소규모 산책길 선호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여행안내소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장맛비가 전통 문화공간과 숲길의 미감을 배가시킨다”고 강조했다. 지역 여행 칼럼니스트 정연주 씨는 “비 오는 날의 산책은 촉감과 소리를 통해 마음을 쉬게 하는 새로운 여행문화”라며 “경산의 전통 건축과 숲길은 그런 감각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피해 걱정은 있지만 우비 챙겨서 걷는 경산 둘레길, 빗속이 더 초록” “맑은 날보다 흐릴 때가 오히려 한산해서 여유롭다”는 경험담이 늘었다. 백자산 둘레길을 걷던 한 시민은 “장맛비 속 흙길 촉감이 어린 시절 기억까지 떠올리게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빗속 산책과 전통 공간 체험을 즐기는 선택은 점차 익숙한 여름 풍경이 되고 있다. 여행이 기상과 날씨의 규칙에만 맡겨두던 시대는 끝나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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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팔공산#삼성현역사문화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