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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설 공습 단행”…네타냐후, 정치 위기 속 군사 강공→중동 불안 증폭
국제

“이란 핵시설 공습 단행”…네타냐후, 정치 위기 속 군사 강공→중동 불안 증폭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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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태양이 붉게 가라앉던 6월의 저녁, 이스라엘의 군용기가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 상공을 가로질렀다. 침묵에 싸인 공습의 포성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처럼, 중동의 고요했던 밤에 새로운 균열을 남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국가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작전이 실상은 정계의 불안과 정권 붕괴 위기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의 치열한 생존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란이 수천 킬로그램의 농축우라늄을 확보하고 무기 부품 생산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중동 곳곳에 친이란 무장세력을 통해 위협을 확장하고 있다”고 단호히 밝혔다. 공습의 명분은 분명 군사적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중요한 전환점에 이른 순간, 이스라엘은 무력을 택했다. 실제 미국도 이번 공습에 거리를 두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비롯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의 긴장은 더욱 맹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연정 내부에서 균열을 겪고 있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아미하이 엘리야후 문화유산부 장관의 잇단 사퇴, 그리고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의 연정 이탈 위협은 그를 사면초가의 언덕에 세웠다. 과반 유지조차 위태로워진 이스라엘 정치에서, 네타냐후는 외부 적을 재조명해 내부 불안을 잠재우길 택한 것이다. CNN 등 외신은 “차기 정권은 야권 라피드 전 총리에게로 이동할 수 있다”며 네타냐후의 급박한 입지를 진단했다.

 

실제로 가자지구 폭격 재개, 연정 해산안 부결 등 일련의 흐름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네타냐후식 정치의 전형적 모습으로 읽힌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주요 지도부가 소탕되자 그를 둘러싼 책임론은 더욱 거세졌고, 민심의 바람은 다시금 정권 교체를 향해 불었다.

 

이런 기류 속에서 이란 공습은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었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단독작전임을 통보했다”는 말로 선을 그었으나, 이스라엘은 정반대로 미국과의 공조를 내세웠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네타냐후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묵적 메시지를 교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트럼프가 “이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뒤 곧 “외교 해법”으로 말을 돌린 배경 역시, 전운이 번지는 무렵의 불확실성으로 해석됐다.

 

핵협상 이틀 전 이뤄진 공습은 국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네타냐후의 ‘적 만들기’ 전략은, 중동 전체를 혼돈의 전선으로 연결하는 불안의 도화선이 됐다. 군사작전의 명분 이면에 내재한 정치적 의도는, 이스라엘 내 연정의 명운과 조각난 국내 여론을 잠시 봉합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불안감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중동의 밤은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이란의 무거운 침묵, 아랍권의 경계, 미국의 복잡한 외교 계산―각국의 시선은 일제히 예루살렘 정계의 숨가쁜 향방을 추적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생존을 위한 한 수는, 그 여파를 중동 너머로 확장시키며 세계에 다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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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이스라엘#이란공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