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정동영, 2018년과 유사한 흐름 짚어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외교적 수싸움이 재개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마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북한과 미국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정국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최근 북한의 열병식 ICBM 과시, 한미연합훈련 등 핵심 쟁점도 재점화됐다.
정동영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질의에 "분석상 북미 정상은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으며, 평화공존을 주제로 얘기한다면 만날 생각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장소는 판문점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ICBM을 과시한 점,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근거로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2018년 남북·북미대화로 이어졌던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른바 ‘2018년 데자뷔’ 주장을 폈다. 그는 "2025년 10월 10일은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화 흐름이 다시 등장했음을 시사했다.
또한 한미연합훈련이 북미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친서에서 ‘한국과의 전쟁 연습이 끝났을 때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논의 의사를 밝히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9·19 군사합의 복원 필요성도 역설했다. 정 장관은 “윤석열·바이든 정부 시기 질·양적인 군사훈련 확대와 군사합의 파기는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적대관계 해소, 정치·군사 환경 변화가 있을 때 비핵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대북 제재 무용론과 현 정부 핵보유 인식 등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의 대북제재 효과 질문에는 정 장관이 “강압 정책 속에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의 설전에서는 “북한은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세계적 상식”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군사적 배치와 NPT 합법적 인정은 별개"라며, 국제사회는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생사 확인·서신 교류 필요성에 대해 정 장관은 "결정권이 김정은 위원장에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이 2026년 안에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 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묻자, "북미정상회담이 선행돼야 공간이 생길 것"이라며 “지방선거 전 추진 전망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날 국회는 북미·남북 정상회담 전망, 핵·군사 이슈, 대북 제재 효과 등 각종 외교안보 현안을 두고 첨예한 논박을 벌였다. 통일부는 향후 북미외교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책 방향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