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신기록 탄생”…이재웅, 1,500m 극적 질주→3분40초19 순간의 찬란함
잠깐의 정적이 경기장을 감쌌다. 순식간에 펼쳐진 결승 스퍼트와 결승선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 순간, 이재웅의 이름이 일본 홋카이도의 밤을 밝히며 신기록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이재웅이 또 한 번 한계를 깼다. 지난 11일 일본 홋카이도 후카가와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1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이재웅은 3분40초1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3분44초14로 골인을 마친 일본의 이지마 리쿠토를 따돌리고 우승의 감격까지 거머쥐었다.

3분40초19, 이 숫자는 곧 한국 일반부 남자 1,500m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지난해 박종학이 작성한 3분40초47을 0.28초 앞당겼으며, 본인 최고 기록도 1초 가까이 경신했다. 또 이진일의 3분40초06, 김순형의 3분38초60에 이어 한국 역대 3위라는 값진 위치에 올랐다.
불과 한 달 전,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재웅은 3분42초79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남자 1,500m에 30년 만의 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이었다. 선수 본인은 경기 뒤 “항상 한국 기록 경신을 목표로 트랙에 선다. 오늘도 더 빠른 경쟁 상대와 달렸다면 더 좋은 기록도 나올 수 있었단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연맹, 그리고 대표팀 유영훈 코치에게 감사의 뜻도 빼놓지 않았다.
여자 1,500m에선 박나연이 또 다른 역사를 썼다. 결승선에 4분15초07로 들어서며 오미자가 1992년 세운 4분16초92의 기록을 1초85 앞당기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성적은 이미경의 4분14초18 다음으로 역대 2위다. 박나연은 “아시아선수권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도 소중한 결과를 얻었다. 다음엔 꼭 한국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재웅과 박나연, 두 선수의 동반 신기록은 한국 중장거리 육상이 다시 한 번 국제적 경쟁력을 뽐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졌다. 기록은 늘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새벽의 운동장, 미세한 숨소리와 뛰는 심장의 고동. 경기장의 낡은 벤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시간들이 한 겹의 기록이 돼 쌓였다. 한국 중장거리 육상은 지금, 또 한 번 한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잇고 있다. 이재웅과 박나연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두 선수의 이후 행보는 1,500m 신기록을 향한 새로운 계절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