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서 격돌한 인간 모방 로봇들”…유니트리 G1, 실전 경기로 로봇 산업 한계 시험→기술 미래 어디로
초여름의 숨결이 번진 5월 끝자락,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전시장은 미래로 건너가는 문턱과도 같았다. 유리 벽 너머로 금속 뼈대를 두른 휴머노이드들이 링 위에서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았다. 인간의 관절을 닮은 이 기계 신체들은, 카메라와 관중의 시선 속에서 여느 격투선수처럼 때로는 쓰러지고, 때로는 다시 일어서며 각자의 의지를 구현했다.
세계 최초로 치러진 이 로봇 격투대회는 중국중앙방송총국(CMG)과 국가급 기술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마련한 전장이다. 공연과 시합, 두 갈래로 나뉜 프로그램 중에서도 관중들의 숨을 멎게 한 순간은 경기 부문에 있었다. 네 팀이 조종사들의 손에 이끌려 링에서 마주한 로봇들은, 헤드기어를 두르고 글러브를 낀 채, 인간을 흉내 내는 몸짓으로 상대를 노렸다. 1라운드 2분, 손과 발에 점수가 갈리는 채점 기준은 경기를 더욱 실감나게 했다.

링에서는 실제 격투기에서나 볼 법한 무릎 차기와 훅, 옆차기와 전진-후진이 긴장감을 조성했다. 한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 혹은 기계 외피가 깨지는 ‘부상’마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한 팀의 로봇이 로프에 걸려 움직임을 멈추자, 관중들은 차가운 강철 너머로 기계와 생명이 혼재하는 새로운 시대를 실감했다.
그러나 이 ‘실전’은 단순한 볼거리에 머물지 않았다. 유니트리(宇樹科技)의 G1 모델은 일련의 정교한 인식–판단–동작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조종사의 지시에 따라, 로봇은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적의 공격 경로를 실시간으로 연산한 다음, 자신만의 루트로 팔과 다리를 내질렀다. 이 모든 과정의 축적이야말로 휴머노이드 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중국컴퓨터학회 스마트로봇위원 저우디 교수는 “격투와 같이 방해와 변수 가득한 환경에서, 인식과 제어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평했다. G1이 단체 군무와 퍼포먼스에서 우월성을 보인 데 비해, 격투에서는 조직의 신속함과 정확성,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한계가 여실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밀리초의 지연, 센서의 오차 하나하나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했다.
관계자들은 이 한계마저도 로봇산업의 또 다른 발전점이라 말한다. 산업용 로봇의 돌발 장애물 회피, 구조·구난 현장에서의 돌발상황 대응 능력 등, 실험의 무대에서 채득된 기술과 통찰은 곧 인간을 돕는 새로운 기계의 지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CCTV 생중계를 타고 전국으로 흘렀고, 중국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신선한 감탄과 조용한 경계, 기대를 동시에 쏟아냈다. 기술쇼의 미묘한 감동과 로봇이 인간 동작을 흉내 내는 이질감, 그리고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미래에 대한 복합 감정이 도시의 공기 속에 번져갔다.
항저우의 첫 로봇 격투 무대는,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며 기술의 언저리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한계도 가능성도 모두 드러난 실전의 기록은, 세계 로봇 산업이 더 깊은 ‘현실’로 내딛는 순간을 우리 모두에게 고요하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