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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력, 친명계 선택에 집중”…김병기·서영교 승부 → 권리당원 표심으로 향방 가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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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속에서도 숨막히는 팽팽함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원내대표를 고르는 결전의 막이 오른 이 순간, 김병기 의원과 서영교 의원—두 ‘친명계’ 주자—의 이름이 천천히 부각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인연을 쌓아온 인물들이 이번 경선에서 맞붙게 된 풍경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임을 예고했다. 

 

김병기 의원은 국가정보원 인사처장과 민주당 핵심 실무직을 두루 거쳐 각종 국면마다 조직력과 전략을 발휘해온 3선 정치인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정 과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당정의 최상의 관계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온화한 미소 뒤에 결연한 의지가 스며든다. 서영교 의원은 4선의 무게감과 변함없는 현장 중심 행보로 여성이자 중진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을 하나로 묶겠다”며 단결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골목 끝까지 누비던 선거 경험과 장시간 필리버스터의 기억이 오늘날 그녀의 신념에 힘을 더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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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선은 민주당이 처음으로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34석에 해당하는 권리당원 표의 무게는 단순 수치 이상으로 당내 민주주의의 새 방향을 상징한다. 후보 등록이 마감된 6월 6일, 결전의 기호는 김병기 1번, 서영교 2번으로 정해졌다. 각자의 지역—서울 동작구 갑과 중랑구 갑을—기반으로 저마다의 강점과 당 운영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국회에서 드러난 김병기 의원의 리더십은 계엄 사태 표결 현장처럼 위기의 순간에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국가정보원 출신만의 치밀함과 군 복무자 예우 확대 등 정보와 안보 현안에서의 실천력이 그의 이름 곁에 머무른다. 반면 서영교 의원은 1980년대 학생운동 시절부터 언론계와 정치권을 두루 밟으며,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집념과 목소리로 입지를 넓혀왔다.

 

양자 대결을 향했던 세 번째 가능성, 조승래 의원은 끝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안정적 행보를 뒷받침했다. 김성환 의원 역시 고심 끝에 후보 등록을 접었다. 두 후보만 남은 구도는 당내 권력 재편과 균형의 갈림길 위에 선 듯 조용한 긴장감을 품는다.

 

오는 13일 권리당원 투표와 의원 표가 합쳐져 최종 당선자가 결정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신임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입법·예산, 그리고 야당과의 다양한 교섭까지 1년 간의 선장 역할을 맡게 된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원내 항해사가 누가 될지, 그 선택은 집권여당의 국정 추진 방향에도 깊은 흔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도입을 ‘민주주의 실험’이라 칭한다. 친명계의 치열한 힘겨루기를 지나 어떤 새 지도력이 집권여당의 첫 과제를 끌고나갈지, 정치권과 시민의 시선이 한데 모인다. 국회와 정가는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여름 이후 정국 흐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송 정보와 별개로, 선출된 원내대표의 향후 1년은 국회 협상, 집권 동력 확보, 내부 결속 등 국가 전반의 정치 리듬을 좌우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권리당원·의원 투표 결과를 집계해 6월 13일 차기 원내대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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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원#서영교의원#이재명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