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라셀·에너자이저 법정대결 점화”…뉴욕 연방법원, 허위광고 공방→글로벌 배터리 시장 긴장감 고조
뉴욕 맨해튼, 초여름의 도시 골목마다 여전히 미세한 전류처럼 경쟁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듀라셀과 에너자이저가 최근 법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맨해튼 연방법원에 접수된 이번 소송은, 작은 AA 건전지 겉면에 새겨진 숫자와 문구가 얼마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지 다시금 묻고 있다.
분쟁의 서막은 에너자이저가 이달 초 선보인 한 광고다. 에너자이저는 자사 ‘맥스’ 건전지가 듀라셀의 ‘파워 부스트’보다 10% 더 긴 수명을 자랑한다고 자신 있게 외쳤다. 그리고 당시 광고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넘나들며, 미국 전역의 안방 TV로 번져갔다. 그러나 듀라셀의 반응은 단호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우산 아래에 속한 듀라셀은, 에너자이저의 수명 비교가 허위에 가깝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듀라셀 측은 배터리 수명 측정에는 표준이 다양하게 존재함을 내세웠다. AA 사이즈 배터리가 어느 시험 조건 아래에서, 어떤 장치에 꽂혔는지에 따라 측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에서 인용된 수치의 과학적 근거 역시 논란을 더한다. 듀라셀은 ‘이 광고로 인해 기업 평판에 치명적 손상이 발생했고,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며, 법원에 광고 방영 중단과 함께 금전적 배상을 청구했다.
에너자이저 홀딩스는 현 시점에서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대 기업 모두 각각의 기술 유산과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배터리 업계 정상을 오랫동안 다퉈왔기에, 이번 소송은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미국 전체 가정과 산업 현장의 에너지 소비에 잠재적 영향을 주는 이 진실 공방은, 시장 내 브랜드 신뢰도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에도 미묘한 파동을 안긴다.
업계 전문가들은 ‘치열한 시장 경쟁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광고 효과가 점유율 경쟁의 분수령이 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진실 여부와 평판의 무게는 어떤 신기술보다도 크다. 국제사회에도 흐름이 전해지는 가운데, 미국 내외 투자자와 유통, 파트너 기업들까지 예민하게 관련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이 공방전이 향후 배터리 산업 내 광고 규제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