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장애 따라 파킨슨병 달라진다”…공동연구팀, 대사체 차이로 유형 구분 주목
렘수면행동장애 여부가 파킨슨병의 하위 유형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포항공대, 광주과학기술원, 성균관의대 등 국내 신경과·바이오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팀은 4일, 비표적 대사체 분석 및 머신러닝을 결합해 다양한 파킨슨병 그룹별 혈액 내 대사체 차이를 규명했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조기진단과 환자 맞춤형 치료법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본다.
연구팀은 건강한 대조군,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군, 렘수면행동장애 동반 파킨슨병군, 비동반 파킨슨병군 4개 그룹 총 101명의 혈장 샘플을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로 분석했다. 그 결과, 렘수면행동장애를 동반한 파킨슨병에서는 장내 미생물 유래 대사체(예: p-크레솔 황산염, 2차 담즙산, 페닐아세틸글루타민)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급부상 중인 ‘몸(장)에서 시작되는’ 파킨슨병 경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반면, 렘수면장애가 없는 파킨슨병에서는 뇌 작용과 연관된 코르티솔 및 혈당의 증가, 카페인·이노신·요산 농도 감소 등 ‘뇌발생형’ 특징의 대사체 차이가 확인됐다.

이런 결과는 파킨슨병 세부군별로 발병 기전은 물론 진단·치료법까지 달라질 수 있음을 함의한다. 특히 머신러닝 기반 대사체 분석을 통해 4개 집단을 정확하게 분류했다는 점은 대사체를 활용한 조기 진단, 환자 상태 예측, 맞춤 약물 개발의 실효성에 높은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학계에서는 이미 장-뇌 축 이론 및 미생물 대사체와 신경계 질환 연관성 연구가 진전 중이다. 국내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생체표지자 기반 분류와 개별화 진료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파킨슨병은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1%, 80세 이상에서는 3% 수준의 유병률을 보이며, 렘수면행동장애가 전구 증상임이 알려져 있으나 환자 간 임상 양상 차이 규명은 상용화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생체표지자 활용 신경퇴행 질환 예측, 인공지능 기반 대사체 진단 등 정밀의료의 도입을 확대 중이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새로운 맞춤형 개발의 표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속한 연구자 임상 적용과 국제 공동 프로젝트 연계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대사체 기반 조기진단 및 분류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도입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진보와 임상적 근거, 정책적 인프라가 맞물리며 차세대 정밀 신경과 진단·치료 시장의 지형이 달라질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