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기 완벽 우승”…박현경, E1 채리티오픈 역전→KLPGA 시즌 첫 승
잔잔한 바람 속, 페럼클럽의 그린 위로 퍼진 박현경의 미소는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17번 홀까지 이어진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마지막 퍼팅이 컵을 적실 때 터져 나온 환호. 소리 없는 투지 속에 역전을 완성한 박현경의 집중력은 이 날 유독 빛을 발했다.
박현경은 25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2025시즌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4개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단 한타 차로 2위 이채은을 따돌리며 시즌 첫 승의 영예를 안았다. 박현경이 KLPGA 투어에서 노보기 우승을 완성한 것은 이번이 12번째, 보기 없는 완벽한 라운드가 다시 한번 여자 골프의 새 흐름을 보여줬다.

이번 우승으로 박현경은 KLPGA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의 저력이 정상에서 다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이채은이 2번 홀에서 먼저 버디를 낚으며 앞서 가는 듯했으나, 박현경은 전반 5번과 8번 홀의 연속 버디로 추격을 이어갔다. 특히 9번 홀에서는 약 28미터 거리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깔끔하게 이글로 이어지며 분위기를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승부의 실마리는 후반부에서 풀렸다. 11번 홀에서 박현경이 과감한 칩샷으로 추가 버디를 잡아내던 순간, 이채은 역시 원온 이글로 맞불을 놓았다. 이어 13, 14번 홀에서 이채은이 연속 버디를 더하면서 두 선수의 스코어는 다시 동점을 기록했다. 흐름은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조마조마했다.
최종 승부는 18번 홀, 파5에서 갈렸다. 이채은이 두 번째 샷에서 페널티 구역에 볼을 보내며 보기를 기록했고, 박현경은 안정적으로 파를 지켜냈다. 위기를 넘긴 박현경이 시즌 첫 우승의 환희를 만끽했다.
경기 직후, 박현경은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서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이어 “이 우승을 계기로 시즌 톱10 성적을 꾸준히 이어 대상으로 가고 싶다”는 각오도 전했다. 이로써 박현경은 대상 포인트 2위(206점), 상금 순위 6위(2억8천443만원)에 올라 시즌 판도에도 새로운 흐름을 예고했다.
이날 5타를 줄인 김민선은 3위로 대회를 마쳤으며, 임희정과 박결은 공동 4위에 올랐다. 박현경은 이어질 메디힐 챔피언십,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연승까지 노린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박현경의 집중력, 그리고 잔잔한 기부의 물결이 이어진 날. KLPGA 투어의 다음 무대가 어떤 색을 더해줄지, 골프 팬들에게 잔잔한 기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