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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894선 주저앉아…이스라엘-이란 충돌과 미국 관세에 금융시장 긴장
경제

코스피 2,894선 주저앉아…이스라엘-이란 충돌과 미국 관세에 금융시장 긴장

최유진 기자
입력

금융시장의 예민한 피부가 다시 한 번 겨울 아침처럼 움츠러들었다. 13일, 코스피는 2,894.62로 하락하며 2,900선 아래에서 장을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과 미국이 예고한 추가 관세가 투자 심리를 감쌌고, 외부 불확실성 앞에 국내 증시는 조용히 속도를 늦췄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41포인트, 0.87% 하락했다. 장 초반 2,930선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및 이어진 군사적 대치 소식으로 투자자들은 발길을 거뒀다. 한때 2,870대로 저점을 낮췄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일부 낙폭을 메웠다.

코스피 2,894로 하락…이스라엘-이란 충돌·美 관세 우려에 금융시장 불안
코스피 2,894로 하락…이스라엘-이란 충돌·美 관세 우려에 금융시장 불안

거래 패턴 역시 불안의 그림자를 담았다. 기관은 6,113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211억 원, 4,673억 원을 순매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안개처럼 드리워 있다.

 

외환시장도 휘청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369.6원에 거래를 마쳤다. 1,355.0원에서 출발했으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긴장 고조로 환율은 장중 1,373.0원까지 솟구쳤다. 위험 회피 심리가 급격하게 분출되면서 외환시장은 찬바람 속 막막함을 경험했다.

 

국제유가와 금 역시 갈 길 바쁜 행인처럼 빠른 걸음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선물은 4%가량 오른 배럴당 71달러선에서 거래됐고, 한때 14% 이상 급등해 77.62달러까지 오르며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국내 KRX 금시장도 1g당 15만530원으로 2.34% 뛰었다.

 

가상자산 시장도 불안의 파장에 휩싸였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1억4,500만 원대로 소폭 하락했고, 이더리움은 3% 넘게 밀려 35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위험자산을 향한 회피 본능이 칼바람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내 핵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며, 군사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이란 또한 드론을 출격시키며 맞대응에 나서자, 투자자와 시장 모두 깊은 경계감을 멈추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긴장감이 당분간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 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며, 환율도 단기에 기술적 반락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의 급등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기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주식시장 랠리 이후 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이란의 추가 반격 및 핵시설 타격 수준이 시장의 경계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직무대행은 관계기관 합동 긴급상황 점검 회의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강조하며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및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했다고 전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과 실물경제, 금융시장 동향 모두를 촘촘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발 무역 압박 역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3일부터 미국이 철강 파생 가전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수출 전략 전반에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북미향 주력 내수 브랜드와 기업들은 점진적이지만 결정적인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안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에너지 수입에 큰 비중을 두는 한국경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변동 앞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국면에 직면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에서 투자자는 자산 방어와 정보 점검에 균형 감각을 더해야 하며, 정부의 후속 대응과 주요 경제 지표 발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예기치 않은 겨울이 밀려오듯, 시장의 이 변화는 각 경제 주체에 조용하지만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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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이스라엘#미국